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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쏠림을 경계하라
중국 춘추시대를 통털어 강력함을 유지한 나라는 섬진(秦), 당진(晉), 강제(齊) 삼국이다. 섬진은 후에 전국시대에까지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다가 시황제가 된 정(政)이 중국대륙까지 통일한다. 당진이나 강제 같은 강력한 견제세력이 일찌감치 망한 덕분이다.

당진은 BC401년 한(韓)ㆍ위(魏)ㆍ조(趙) 세 가문이 나라를 셋으로 쪼개 가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들 세 가문은 오랜기간 당진이 강대국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곳이다. 강태공을 시조로 하던 강제는 BC391년 거부(巨富) 전화(田和)에 멸망, 전씨의 나라, 전제가 된다. 당시 전화의 개인 재산은 백성들의 가난을 없앨만큼 어마어마했다. 나라의 힘이 가문의 힘에 미치지 못해 국가 지배구조까지 바뀐 셈이다.

섬진은 이와달리 멸망 직전까지 나라의 힘이 신하들을 압도했다. 여불위 시절 잠시 신권이 우위에 서는 듯 했지만, 시황제에 의해 질서가 회복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의 멸망은 권력이 황제에게만 지나치게 쏠린 게 빌미가 됐다.

오는 4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이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입에서 “좋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기업 실적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예고는 의미가 좀 다르다. 2010년 이후 갤럭시S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삼성전자 매출은 대한민국의 세수와 비슷할 정도로 커졌다. 덕분에 우리 경제도 큰 수혜를 입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삼성전자가 좋으면 나라 경제에도 좋지만, 삼성전자가 좋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입을 타격도 어마어마해진다. 갤럭시 성공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우리 경제가 처음 겪은 상황이다. 더욱이 현대ㆍ기아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업종들의 선두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나라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초대형 기업이 부진에 빠졌을 때의 후폭풍을 경계할 때다. 노키아 몰락을 견뎌낸 핀란드의 선례가 있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균형없는 성장은 오래 가지 못한다. 쏠림은 균열의 전조다. 삼성전자가 이번 부진을 털고 다시 우리 경제의 간판 역할을 하도록 응원해야겠지만, 동시에 삼성전자와 수출제조업에 쏠린 경제ㆍ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이 절실하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더 성장하도록 해 쏠림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온 나라가 지금 당장 나서야 할 때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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