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이기지 못하면 진다
브라질로 가기 위한 마지막 전지훈련지,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 홍명보 감독이 그렸던 귀국길은 어떤 것이었을까? 국민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16강에는 오르고, 우승후보 독일을 만나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홍명보’를 연호하는 팬들로 가득한 귀국장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1승1무1패의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지만 골득실로 아깝게 16강에 탈락, ‘그래도 잘 싸웠다’란 격려정도는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30일 새벽 인천공항의 모습은 아예 머리 속에 없었을 것이다. 몇 사람 되지도 않은 팬들에, 홍명보 앞엔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란 플래카드와 함께 호박엿이 날아 들었다.

‘홍명보호’의 귀국 장면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홍 감독은 출국전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을 불씨를 살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지며 마이애미로 향했다. 하지만 희망은 커녕 사상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팀이 국민들에 스트레스를 안기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문창극 파동’에 전방 초소 총기난사까지 겹쳤다.

2014년 한해의 꼭 절반이 지났다. 세상사를 축구에 비유한다면 ‘대한민국호’의 2014년 전반전은 참패수준이다. 지난 여섯 달을 되돌아보면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 무엇이 있었는 지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소치올림픽의 이상화의 금메달과 김연아의 감동적인 은퇴무대,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활약 정도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이후 대한민국의 집단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됐다고 체감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지, 정치권은 질 낮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SF영화에서나 보았던 나쁜 기억만 없애 주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 뇌에 충격을 줘 나쁜 기억을 지우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발 더나가 뇌에 심어진 나쁜 기억을 삭제하는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나쁜 기억이라도 이를 인위적으로 지우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지만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약물’은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이 약물을 통한 ‘기억성형술’을 빌어서라도 상반기는 잊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호’의 후반전은 어떨까?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알제리전이었다.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 전반전에 3골을 내줬다. 후반전만 떼놓고 보면 2-1로 한국팀이 앞섰지만 결과는 2-4 패배였다. 후반전에 열심히 뛴다고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던 것이다.

축구의 진리는 평범하다. 공은 둥글고, 이기지 못하면 진다. 답답한 나라, 대한민국은 2014년 후반전에 역전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는 데 베팅하고 싶다. 전반전을 복기해 보니, 후반전도 뻔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탈락뒤 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홍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서 옳은 길이 무엇인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리더들이 불통(不通)에 외고집인 나라에 무슨 역전의 희망이 있겠는가?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