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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월드컵] 3백, 4백, 5백, 10백…그 명과 암
[헤럴드생생뉴스=신현식 인턴기자]2014 브라질 월드컵은 감독들의 전쟁이다. 현대 축구에서 실력이 예전보다 상당히 평준화 되면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술의 싸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난 10년간 수비 4명과 미드필더 4명, 공격수 2명을 토대로 한 4-4-2 포메이션이 주류를 형성했다. 또 4-4-2를 미드필더 라인에서 변형시키거나 공격수를 센터포워드와 스트라이커로 구분지어 변형을 주는 포메이션이 세계 축구 전술에 큰 유행처럼 번져 나갔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의 16강 진출로 화려한 ‘3백’의 귀환을 알렸고, 이란의 ‘10백'은 실력이 열세인 팀이 어떻게 강팀과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줬다. 결국 승부는 감독이 팀을 얼마나 조직적으로 완성했는가에서 판별이 난다.

▶‘3백’인 듯 ‘5백’ 같은 너~=이번 월드컵 최고의 ‘히트상품’ 코스타리카는 ‘3백’으로 강팀 이탈리아를 꺾었다. 전문 센터백인 마이클 우마냐(사프리사), 오스카르 두아르테(클럽 브뤼허), 잔카를로 곤잘레스(콜럼버스 크루)를 수비진영에 고정시켰다. 이들에게는 공격을 배제하고 오직 수비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4백’은 센터백이 2명이다. 양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게 되면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는 2명뿐이지만 ‘3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3명의 선수는 수비진영에 남게 돼 ‘4백’보다 오히려 수비적인 전술이다.

또 ‘3백’은 ‘5백’같은 효과를 낳는다. 좌우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면서 수비가 5명인 효과를 낳게 된다. 코스타리카가 ‘3백’을 전술로 사용한 것은 ‘5백’을 염두해둔 ‘선수비 후 역습’을 주요하게 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24일 아레나 디 상파울루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칠레는 전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경기였다. 칠레의 ‘3백’ 전술을 네덜란드의 판할 감독이 똑같이 대응했다. 칠레가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지만 네덜란드와는 실력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디르크 카위트(페네르바체 SK)를 오른쪽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신의 한수’를 보여줬다. 카위트는 네덜란드리그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헌신적인 공격수로 유명한 선수다. 공격적으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일뿐만 아니라 수비적인 자세에서도 헌신적인 선수다.

아무리 카위트가 수비에서도 헌신적인 선수일지라도 ‘3백’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는 곧 ‘5백’의 윙백이다. 판할 감독은 ‘3백’ 전술을 사용해 칠레의 역습을 카위트같은 수비적인 선수를 기용하는 동시에 공격도 가능하게 해 네덜란드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가 판할감독에 힘입어 우승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었다.

▶‘10’백을 욕할 자신이 있는가?=지난 22일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이란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반코트 게임’이었다. 지난 17일 아레나 다 바이샤다에서 나이지리아와 졸전을 펼치며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간의 경기라고는 수준에 못미치는 실력으로 감독의 자질문제까지 거론된 이란은 거의 비슷한 전술로 아르헨티나를 상대했다. 맨유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은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일관된 수비 전술로 막아냈다. 복싱선수 중 알리가 초중반을 수비로 일관하다 경기 막판 역습으로 경기를 이겨낸 것처럼 이란도 후반 5분부터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며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듯 했다.

특히 후반 6분 이란의 마수드 쇼자에이(UD 라스팔마스)가 중앙에서 공을 가로채 역습으로 나가면서 오른쪽 측면에 있는 아미르 호세인 사데기(에스테갈 아흐바즈)에게 공을 내줬다. 이어 사데기가 중앙에 있는 레자 구차네자드(찰턴 애슬레틱 FC)에게 크로스를 올려 레자가 머리에 맞춰 공이 골대를 향했지만 안타깝게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후 2~3차례 ‘3자 역습’을 효율적으로 시도했지만 번번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골로 아르헨티나의 1-0 신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란을 비난하는 여론은 사라졌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비기는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한 퀘이로스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는 경기가 됐다.

상대팀보다 실력이 월등히 열세인 팀이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술에 대한 답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비기기 위한 전술에 치우치지 않고 효율적인 역습 루트를 만들어내 골문을 두드린 이란의 ‘10백’은 찬사받을만한 전술이었다. 

shsnice100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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