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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월드컵과 심판
축구의 역사는 기원전 수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BC 7세기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시작했는지 그 내력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종주국이 영국이라는 것도 훗날 흐릿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도 영국이 잘 난 체 하면 이웃 몇 나라가 기분 나빠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벌판이나 동네골목에서 학교운동장으로 그리고 프리미어리그로 끊임없이 진화했다는 사실입니다.

축구가 축구의 모형을 이룬 것은 1800년대 초반부터라고 합니다. 근대축구가 태동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차츰 돈과 명예가 걸린 경기가 유럽 곳곳에서 붐을 일으키게 됐고, 규칙과 공 그리고 경기장 조건이 까다로울 정도로 정비되기에 이릅니다. 

갓쓰고 축구하는 초창기 한국축구

그러나 이것으로 원초적인 공수의 티를 벗지는 못했습니다. 우격다짐으로 공보다 상대를 걷어차는 선수, 제 골대에 공을 차 넣고 정신없이 날뛰는 선수, 팀워크나 페어플레이보다는 독단적인 플레이와 우승에 목숨 거는 선수가 판을 친 겁니다.

무엇보다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심판제도입니다. 야성의 시대를 80년 가까이 보낸 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반세기가 흐른 1930년, 마침내 우루과이에서 제1회 월드컵대회가 열립니다. 세련될 대로 세련된 축구지만 치열한 경쟁에다 명예와 애국심까지 보태지다 보니 반칙은 더 지능적이고 교묘해졌고, 언어장벽으로 선수와 심판 사이에 불통은 다반사였습니다.

호루라기만 불어대는 힘없는 심판, 그라운드의 고독한 판관(判官)인 그들에게 뭔가가 절실했습니다. 법대로 하자는 여론이 가세하면서 축구계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뿔난 마스크를 씌우자는 의견도 충분히 있었을 법합니다. 

1950년대 국제공인구들

결국 논란은 의외로 단순하게 노랑(옐로우)과 빨강(레드) 두 종의 카드로 귀결됐고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반칙의 강도가 심하면 옐로카드를 내밀고 더 심하면 퇴장인 레드카드를 꺼냅니다. 옐로카드 두 번이면 레드카드가 됩니다. 스포츠 상식입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열기를 더해갑니다.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판정시비가 끊이질 않지만 화끈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화끈한 경기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심판의 권위는 절정을 이루고 그들의 판정에 선수도 감독도 허리를 꺾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판정에 불복하고 대들다간 자칫 영원히 축구화를 벗어야 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2002한ㆍ일월드컵과 붉은악마 응원단

때마침, 우리 대표팀이 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먼저 골문을 열고도 결국 1대1 무승부를 이뤘습니다. 아깝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와 대등한 기량을 펼친 것은 대단한 선전입니다. 워낙 모의고사에서 연이어 죽을 쑨 탓인지 심기일전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판정도 무난했습니다. 경기에는 3명의 아르헨티나 심판(1주심+2부심)이 배정됐습니다. 사실 심판이 예고되면서 옐로카드 남발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주심이 남미예선 4경기에서 24장의 옐로카드를 뽑아든 주인공이었으니까요. 최근 3년 반 동안 아르헨티나 리그 26경기에서 138장의 경고와 5장의 레드카드를 뽑아들었다는 자료도 눈에 띕니다. 다행히 모든 것이 기우였습니다. 축구명가 출신답게 기동력도 판단력도 매우 돋보였다는 평가입니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최 기념 이미지

사족 하나, 자세히 보면 3명의 심판이 동일국가나 동일언어 사용국가 소속으로 결합된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도입한 ‘트리오 시스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수와 심판, 또 심판과 심판 사이에 벌어지는 그라운드에서의 잦은 언어불통을 없애고 기민하고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축구가 똑똑해진 겁니다.

모쪼록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들썩일 월드컵, 우리 태극전사들이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대한국민 모두 힘 모아“대~한민국”을 외쳐야겠습니다. 심판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hchwang@heraldcorp.com

레드카드를 꺼내 든 축구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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