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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합리적 사건 나누기가 상고법원 성패 좌우
대법원이 과중한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의 일부를 따로 처리하는 별도의 ‘상고법원’을 두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상고심 구조 개편 방안으로 상고법원 설치안을 확정한 것이다. 상고심 사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그동안 꾸준히 연구 검토됐다. 대법관이 처리하는 사건 수가 너무 많아 충실한 심리가 어렵고 이로 인해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정책 판단·법률 해석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30년에 걸쳐 고등법원내 상고심사부를 두거나,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개선방안을 찾지 못한채 시간만 흘렀다. 그 사이에 상고 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12년 기준(본안 사건)으로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3만5777건, 한 해 처리한 사건 수는 3만6238건에 이르게 됐다. 대법관 한 사람이 무려 3019건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한달에 250건이 넘는 사건을 맡아왔으니 충분한 심리를 못하는 건 당연하다. 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사법부 밖에서는 대법관 수를 늘리는 안을 가장 많이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법원, 상고심사부 설치를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의 해석·통일 기능을 담당하고, 상고법원은 기존의 법률 해석이 구체적·개별적 사건에 올바르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을 맡겨 상고심을 이원화하는 구상이다.

우리는 상고심 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는 동의한다. 다만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안에 상고법원을 두고 사건을 이원화해 처리하면 “왜 내 사건은 대법관이 처리하지 않느냐”는 형평성 시비가 툭하면 생길 수 있다. 아예 고법과 같은 개념으로 상고법원을 만들 경우 “사실상 2심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법원과 상고법원이 각각 처리하는 사건의 구분 기준, 상고법원이 심리할 사건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 당사자가 불복할 경우 구제 방안 등을 향후 논의 및 입안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사법부가 어떤 형태로 상고법원을 설치해 운영할지, 어떤 기준에 따라 상고법원의 관할 사건을 분류할 지에 성패가 달려있다.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합리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제도 시행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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