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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홍상표> 이야기는 콘텐츠산업의‘씨앗’
우리 콘텐츠 해외서 극찬 불구
이야기 산업화는 아직도 요원
할리우드선 하나의 산업 발전
‘콘텐츠산업=백년대계’ 명심을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영화 등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은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 등 디지털 기술이다. 이를 처음으로 콘텐츠에 본격 도입한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그는 ‘ET’, ‘쥬라기 공원’ 등에서 아날로그 시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면들을 구현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 그가 “디지털 시대는 어떤 장면도 더 이상 경이롭지 않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스필버그는 심지어 “나는 ‘쥬라기 공원’을 만들어 디지털 시대를 연 죄를 지었다”면서 “관객을 스토리텔링의 파트너로 다시 우리 곁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콘텐츠산업에서도 이야기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우리의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 아랍권 시청자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는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스토리의 매력’ 때문이다. 해외 영화계가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한국 감독에게 주목하는 점도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꾼’에게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한 우리나라 이야기 창작자의 연 평균 수입은 고작 1618만 원이다. 3명 중 2명이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설상가상으로 열에 아홉 명이 불공정거래에 노출됐을 때 법적 조력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반면 미국 할리우드에서 ‘이야기꾼’의 힘은 세다. 시나리오 작가조합이 파업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취소될 정도다. 이야기를 직접 쓰는 작가는 물론 이렇게 쓰인 많은 이야기를 고르고 다듬어 더욱 발전시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야기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여 할리우드의 영화 산업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콘텐츠산업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산업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개인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체계적으로 관리ㆍ유통되어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올해를 ‘이야기의 산업화 원년’으로 삼고 이야기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야기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뛰어난 이야기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지원 사업도 펼치고자 한다. 이야기 산업의 체계화는 콘텐츠 산업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와 같기 때문이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체계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에 맞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산업의 종사자들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상품으로 진화해 부가가치, 시장,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산업은 창조경제의 중심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홍상표 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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