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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제2의 위례’ 천안…“분양권 웃돈만 6배 ↑”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 12일 오후 충남 천안 서북구 백석동의 ‘백석더샵’ 홍보관. 견본주택 개관을 7∼8일여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홍보관 한켠에선 사전설명회가 열렸다. 보통 분양현장의 사전설명회는 시공사나 분양대행사가 인근 공인중개사를 모아놓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외 마케팅’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곳 분위기는 달랐다. 소규모로 마련된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한 눈에 봐도 실수요자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가 대다수였다. 할머니까지 3대를 아우른 가족이 오기도 했다. ‘백석 대우푸르지오’에서 전세살이 중인 주부 홍 모(34)씨는 “최초 계약 시(2010년께) 전세금은 1억원이었다. 지난달 재계약 땐 갑절이 됐다”며 “최소 10년은 천안에 살아야 하는데, 이젠 집을 사야하나 싶어 한 번 와 봤다”고 말했다.

천안 주택시장이 ‘제2의 위례신도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서북구 신도심엔 인근 전세난에 지친 주택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분양단지마다 ‘들썩거리는’ 분위기는 위례와 비슷하다. 공급시장의 분양권 웃돈 수준과 추이를 봐도 알 수 있다. 대기수요 유입 또한 꾸준하다. 인근 대기업 사업장과 산업단지의 영향으로 천안 인구는 수년 째 늘고 있다. 이는 기존 단지 시세가 상승세를 타는 데도 한몫했다. 지난 1년 간 이곳 주택 매매ㆍ전셋값은 매월 계속 올랐다. 이같은 분위기는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동남구에서도 감지됐다.

천안 주택시장이 ‘제2의 위례신도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서북구 신도심엔 인근 전세난에 지친 주택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규 분양 인기가 꾸준하고, 기존 단지 시세도 상승세다. 지난 1년 간 이곳 주택 매매ㆍ전셋값은 매월 계속 올랐다. 사진은 천안 신도심에 속하는 서북구 백석동 일대

▶ ‘분양불패’…왜? = 천안 분양시장은 작년부터 서서히 회복해 올들어 본격 활황세를 탔다. 최근 4년 간 입주물량이 꾸준히 줄었고 미분양 물량도 사라진 탓이다.

천안 분양업계가 집계한 현장 자료에 따르면 이곳 입주 가구는 2009년 5604호에서 2010년 5659호로 소폭 늘었지만, 2011년 3880호 → 2012년 0호로 급격히 줄었다. 작년엔 1400호가 입주했고 올해는 1929호가 예정됐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난 뒤 천안에 신규공급이 끊기다시피 해서다. 2009∼2011년 간 천안 공급물량은 1362가구로 2012년 한 해 분양(2614가구)에도 못미쳤었다.

입주 가능한 새 집은 줄었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특히 신도심과 인접한 산업단지 영향이 컸다.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 웃돈이 6배가량 치솟은 ‘백석2차아이파크’ 공사현장

충남 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천안 사업체 수는 2009년 3만5825개에서 2013년 4만270개로 늘었다. 종사자 수도 꾸준히 늘어 2009년 19만4751명에서 작년 23만2368명을 찍었다.

인구도 자연스레 늘었다. 천안시청이 집계한 4월 기준 천안 인구는 지난해 59만3884명으로 2010년 대비 8.9%증가했다. 특히 주택수요 비중이 높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폭이 11.5%로 두드러졌다.

이는 현지 미분양 감소에도 한몫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천안엔 주인없는 집이 7396가구에 달했다. 이는 올해 908가구까지 줄었다.

▶ 치솟는 경쟁률, 웃돈, 문의전화… = 새 집 인기는 뒤따라 올랐다. 실제 서북구 일대 분양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이후 미분양 단지는 ‘제로’다. 공급되는 단지마다 청약 1순위 마감이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천안 불당 지웰 푸르지오(전용 84∼99㎡ㆍ682가구)’ 분양은 이곳 공급시장 활황의 신호탄이었다. 이 단지는 평균 5.8대 1의 청약경쟁률을 찍고 천안 최초로 전 주택형 1순위(당해지역)로 마감했다. 당시 분양 관계자는 “그 전까지 천안에는 ‘1순위 마감’ 자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올핸 ‘제대로’ 분위기를 탔다. 호반건설이 4월에 공급한 ‘천안불당호반베르디움’은 평균 15대1로 1순위에 청약을 끝냈다. 5월 인근에서 분양한 신영의 ‘지웰더샵’은 평균 29.9대1로 1순위 마감됐다. 주택유형 별 최고 경쟁률은 82대1을 찍었다.

분양권 웃돈도 치솟고 있다. 입주가 임박한(내년 초) ‘백석2차 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층과 향에 따라 분양권에 웃돈 2500만∼3000만원이 붙었다. 인근 A공인 강 모 대표는 “작년에 500만원 하던 프리미엄(웃돈)이 최근 6배정도 올랐다”며 “조건이 좋은 곳은 최고 5000만원까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한창인 천안 불당지구 일부

이는 작년 공급된 ‘위례2차아이파크’와 ‘위례래미안’의 분양권 웃돈 추이와비슷하다. 작년말∼올 초 이들단지 분양권 웃돈은 평균 3000만원 선. 현재 이는 5000만원 선까지 뛰었다.

견본주택 개관을 앞둔 단지의 문의전화도 인기를 반영한다. 20일 오픈할 ‘백석더샵(전용84㎡ㆍ619가구)’ 분양 관계자 박 모 차장은 “9일 이후 일평균 120∼130통의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며 “5월 이후 누적 콜(문의) 수는 2000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 기존주택, 구도심 시세도 계속 ‘오르막’ = 기존 주택 시세도 1년 가까이 상승세다.

13일 부동산114 조사결과 천안 서북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맷값은 작년 7월 630만원에서 지난달 663만원으로 쉼없이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도 472만원에서 517만원까지 뛰었다. 


실제 서북구 일대 공인중게업계에 따르면 ‘백석대우푸르지오(2010년 3월 입주)’ 전용 84㎡는 작년 5월 11층 매물이 2억7000만 원에 거래 됐으나 지난달엔 13층 매물이 2억9900만원에 계약됐다. 최근엔 호가가 3억원을 넘은 상태다.

구도심인 동남구도 마찬가지다. 이곳 평균 매매시세는 지난 10개월 간 3.3㎡당 20만원이 올랐다. 전세는 38만원이 뛰었다.


인근 B공인 김 모 대표는 “서북구의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전세ㆍ매매 수요자들 상당수가 동남구로 넘어오고 있다”며 “구도심의 경우 법조단지 이전과 정부의 도심재생사업 발표 등 신도심 못지 않은 개발호재가 꾸준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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