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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함영훈> 사람은 책을, 책은 사람을, 만들지 않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아시아 3대 책 축제인 ‘서울 국제도서전’이 열리지만, 출판계엔 안타까운 소식만 들린다. 한 메이저 출판사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가량 곤두박질치더니 2011년 가구당 오락문화비 지출 항목 중 1위를 달리던 도서구입비가 3년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도서구입비는 10년전보다 40% 줄었다.

동네 서점은 1995년 5449개, 1999년 4595개, 2001년 2646개, 2007년 2042개로 감소하다 2008년 2000개선이 무너졌다. 지난해에는 1674개만 남았다.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 등 문인들이 자주 찾던 경남 통영의 이문당 서점 마저 올초 폐업했다.

작년 신간 중 초중고 학습, 외국어, 취업, 자격증 수험서 비중이 근래 최고 수준인 27.4%에 달했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도구적 지식 한 개라도 더 익히려는 절박함을 잘 보여준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000년 1억1290만부였던 신간발행부수가 근년들어 8000만부 수준에 그치는 등, 집필 의욕도, 독서 의지도 크게 위축됐다고 토로했다.

출판계 위기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뒤늦게나마 오는 7월부터, 동네서점 폐업 사태의 핵심 이유로 지목됐던 온라인 할인경쟁에 제동이 걸렸지만, 출판업계로선 이미 상당수 수족을 잃은 상태다.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 경쟁 때문에 수험서 외에 독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논술, 에세이, 인문학소양을 입시,또는 취업전형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지만, 교양필독서 300권 요약집이면 충분하다는게 합격자들의 뒷얘기이다. 잠시 잊었던 지식을 채우거나 직장생활 성공을 위한 얘깃거리를 얻는 것은 모바일 검색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검색으로 깨우쳤다가 금방 잊는 인스턴트, 템퍼러리, 수퍼피셜 지식 습득 습성이 초등학생부터 몸에 배고 있다.

무엇보다 지식 생산자와 콘텐츠 유통자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과 배려가 없었다. 책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교육과 인성 함양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책이라는 상품은 중요한 공공재인데도 늘 왕따였다.

1990년대 도서 복사가 빈발한 만큼 복사기 출고때 저작권 보호기금을 조성하려던 방안은 산업부처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음악과 영화 등의 저작권 보호가 강력하게 진행되는 동안 도서 복제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 책이 수출되어도 정부 수출장려금은 출판계를 외면했다. 공정 가격에 관한한 다른 부문은 엄격해도 출판 만큼은 관대했던 당국이었다. 산업계에는 숱한 혜택이 주는데 공익성이 강한 책이라는 상품 생산에는 보호책이 없었던 것이다.

책을 쓰지 않고, 팔지 않으면 국가 창의력의 총량은 떨어지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숙고하지 않고 반응만 격하게 하는 요즘, 책은 치료제이다.

지난4월 런던도서전에서 우리 출판계는 희망을 쏘았고, 이제 우리 것을 자랑할 서울국제도서전을 연다. 책에 담긴 국가 지식을 소중히 여기며 세심한 정책을 펼쳤던 자크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처럼, 닫았던 동네 서점이 다시 문을 열고, 아이와 어른이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의 양식을 채우며, 출판 한류가 세계 곳곳에 꽃피울 수 있는 제도적 배려가 절실한 때다. 

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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