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중산층 55% “난 저소득층”
국민 계층귀속인식 악화 심각
미래 비관으로 경제활동 위축
유효수요 보강 ‘해법’ 내놔야


실제 중산층과 체감 중산층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 통계상 실제 중산층은 2009년 66.9%에서 2013년 69.7%로 2.9%포인트 증가했지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 중산층은 같은 기간 54.9%에서 51.4%로 3.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실제 중산층 가운데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하다. 나머지 55%는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멀리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실제 중산층은 80%를 밑돌았는데,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국민은 전체의 90% 이상에 달했다. 바야흐로 중산층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간신히 50%를 넘는 수준이니 사람들의 심리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6억6000만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에 살면서, 월 515만원을(세후 기준) 벌어 생활비로 341만원을 쓰는 것이 이상적인 중산층의 모습이라고 우리 국민은 생각하고 있다. 비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외식을 월 4회 하고, 소득의 2.5%를 사회에 기부하며, 연간 3.5회 정도는 사회봉사도 하면서 사는 것이 이상적인 중산층의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 과연 이런 삶을 영위하고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계층귀속인식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특히 계층귀속인식의 악화는 미래에 대한 비관적 기대를 형성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비관적 기대는 장기적, 구조적 침체로 귀결된다. 자기실현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다.

내수 소비활동은 이미 많이 위축돼 있다. 2000년대 초반 80%대를 유지하던 평균 소비성향이 지금은 70%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태다. 고령화, 일자리 불안 같은 것들에 더해 최근에는 전세값 급등이 평균 소비성향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들 역시 구조적인 침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너무 오랫동안 풍미했던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유효수요를 진작시키기보다는 공급능력 확충에만 치중해온 결과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재빨리 올라타서 초고속 성장의 혜택을 누렸다. 이제는 그 와중에서 과도하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나 내외수간 벌어져버린 격차 등 많은 문제가 노정된 것도 사실이다.

원인이야 무엇이건 간에 해결책을 빨리 내놔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유효수요를 보강해주는 ‘케인지안식 해법’이 돼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첫째는 가계의 소득 및 재정 건전성을 높여줘야 한다. 고령 및 여성 고용을 늘리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 것이며,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종합 대책도 필요하다.

둘째, 국내에 유효수요를 늘려주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 먼저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물건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을 불러들여 국내에서 소비하게 만든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복지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산업은 일자리 창출력도 대단하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내수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계속 순항할 것인지는 앞으로 몇 년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내각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바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