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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이민화> 대학의 기술사업화 재편할 때다
국내 대학들 기술이전 수입 미미…미국 주요 대학의 5% 미만 불과…정부지원은 마중물 역할 그쳐야…파편화된 구조 · 불신도 해결과제
전 세계 일류대학들은 기업가정신 교육과 보유기술 사업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MIT와 스탠퍼드대 졸업생 기업들의 매출 총액이 각각 1조9000억달러와 2조7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숫자다. 중국의 칭화대 기술지주사의 매출액도 우리 돈 6조원대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들의 기술사업화 성과는 기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불편한 사실이지만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은 미국 주요 대학의 5% 미만이다. 전체 대학기술지주사의 총매출이 중국 칭화대의 1%도 안되는 400억원 미만인 게 우리의 현주소다. GDP대비 R&D투자액 세계 2위인 나라의 대학 기술사업화는 25위에 불과하다. 대학 기술사업화의 일대 혁신이 시급한 이유다.

대학에는 산학협력단, 기술이전센터, 창업보육센터, 실험실 창업, 창업 선도대학, 산학협력대학사업, 기술지주회사 등 많은 제도들이 교육부, 산업부, 중기청에서 지원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성공적인 결과는 찾아 보기 어렵다.

매년 문제를 도출하고 개선을 추진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운영적 차원을 넘어선 본질적인 데 있지 않을까.

기술사업화는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공공의 입장에서 설계된 공급중심의 기술사업화 정책이 갖는 구조적인 한계가 문제의 본질로 생각된다. 기술사업화는 민간의 입장에서 시장지향적으로 진화해야 하는 게 순리다.

정부의 지원 하에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받는 구조에서 대학의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기업가정신이 없는 기술사업화가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초기 지원은 마중물의 차원에서 필요하나, 지원이 곧 규제가 되면 기술사업화는 기업가정신이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기술사업화는 공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술전문가가 아니라, 사적인 마인드를 가진 시장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전국 대학에서 이런 전문가가 나서서 시장을 연결하는 대학은 찾아 보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는 지원하되 군림하지 말고, 대학은 형식적 실적이 아니라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대학의 기술사업화 추진 구조는 너무나도 파편화돼 있다. 정부 부처 간 만리장성은 대학까지 연결돼 각종 사업 간 상호협력이 발휘되기 어렵게 규제되고 있다. 사업마다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 관련되는 사업 조직 간 시너지가 없다면 국가적 비용 낭비는 차치하고 정보소통 부재로 인한 기회 상실이 너무나도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 부처 간 ‘실적경쟁’을 부처 간 ‘협력경쟁’으로 일대 전환해야 한다.

문제의 또 다른 원인은 불신에 있다. 간혹 발생하는 대학 운영상의 비리를 사전에 막기 위해 온갖 규제장치를 다 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건전한 대학 운영에 족쇄를 채우고,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말라붙게 하는 것이다. 사전 통제가 아니라 사후 샘플링 검사로 대체해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것이 사고 전환의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대학을 믿어라. 그리고 도덕적 해이는 사후에 응징하라.”

기술사업화는 좋은 기술에서 시작된다. 대학 교수들의 실적평가에 기술사업화가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SCI 논문에 목을 매는 대학의 모습은 이제 끝내야 한다. 연구과제 평가에서 도전적인 실패를 장려해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게 해보자. 기업들은 앞다퉈 기술사업화에 몰려들 것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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