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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해외] 병 잡고 돈 잡은 ‘의료갑부’
백신 개발 · 제네릭 생산 · 병원 체인사업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그들
[특별취재팀] 무병장수는 진시황도 열망했으나 얻지 못했던, 인류의 마지막 꿈이다. 이 같은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의료 부호들은 그만한 대가를 얻기 마련이다. 국제사회는 의료의 공공성을 감안해 신약 특허 기간을 50년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절충안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술의 진화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료 부호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병(病) 잡으니 돈 잡히네…IT부호 못지 않은 ‘백신 부호’=난치병을 잡는 획기적인 신약 개발자는 단숨에 갑부의 반열에 오르곤 한다. 패트릭 순시옹(62)은 기업가가 아닌 의사로 이 같은 행운을 잡은 인물이어서 더욱 눈에 띈다. 중국계 미국인인 패트릭 순시옹은 1991년 연구회사인 비보알엑스(VivoRx)를 설립, 해산물에서 추출한 젤을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면서부터 부(富)를 거머쥐게 됐다. 비보알엑스를 2008년 37억달러에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 판 이후, 그는 항암제로 눈을 돌려 유방암 치료제 아브락산을 개발했다. 아브락산이 2005년 FDA 승인을 받으면서 회사는 주가가 치솟았고, 2010년 29억달러에 매각돼 순시옹에게 다시 한 번 큰 부를 안겼다. 두 차례의 신약개발 성공으로 순시옹은 98억달러(포브스 추산)의 자산가가 됐다.

의료계의 주도권이라면 미국이나 유럽에만 있을 것 같지만, 백신 분야는 얘기가 다르다. 세계 최대의 백신 공급업체는 인도의 세럼 인스티튜트다. 세럼 인스티튜트는 UN기구와 세계 140여개국에 백신을 공급한다. 전 세계 어린이 2명 중 1명이 세럼 인스티튜트의 백신을 접종받는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다. 세럼 인스티튜트의 수장은 인도의 바이오재벌 사이러스 푸나왈라(73)다. 푸나왈라는 세럼 인스티튜트 회장이면서 최고의학책임자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어린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국의 찰스 왕세자 부부나 할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의 후원을 끌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네릭 제약사는 억만장자 산실=제약사업은 최근 제네릭(복제약) 생산을 주로 하는 곳에서 더욱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1위 제약회사인 선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즈의 창업자 딜립 샹비(58)는 인도 전역을 통틀어 3번째 부호다. 인도에서 샹비보다 재산이 많은 이는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 뿐이다. 샹비가 총 135억달러의 재산을 일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선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즈의 고속 성장이 있다. 선은 존슨앤존슨의 암 치료제 독실과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체료제 판드린 등의 제네릭을 생산, 지난해에만 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의 시가총액은 200억달러에 달한다.

버나드 셔먼(배리 셔먼ㆍ72)은 제네릭 사업으로 명분과 부를 동시에 쥐었다. 그는 가족 지분만으로 구성된 제약사인 아포텍스를 캐나다에서 가장 큰 제네릭 생산업체로 탈바꿈시켰다. 아포텍스가 65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해 300여종의 제네릭을 생산하면서 최고 10억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하기까지, 그의 ‘싸움꾼’ 기질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생산하기 위해 종종 특허권 소송을 벌였다.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37억달러다.

▶병원도 체인 산업 시대=국내 의료사업은 공익영역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정서 때문에 외국보다 다소 활발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병원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고,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활발한 의료사업이 토마스 프리스트 주니어(75)의 자산을 62억달러로까지 늘려줬다.

테네시주의 유지이자 의사 집안 출신인 프리스트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 최대 병원 체인인 HCA홀딩을 세웠고 KKR, 베인앤드컴퍼니 등 사모펀드와 함께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HCA홀딩은 최근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손잡고, 병실 500개 규모의 대형 병원을 중국에 건설중이다.

프리스트의 HCA홀딩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형 병원이라면, 호주에는 폴 램지(78)의 램지헬스케어가 있다. 1964년 시드니에 정신의학 병원을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한 램지는 전 세계에 120여개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갔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사업 확장으로 램지의 주식 가치가 60% 이상 치솟았다. 포브스 집계 기준으로 33억달러 상당의 부를 일군 의료부호였지만, 그 역시 죽음을 피할수는 없었다. 지난 1일 뉴사우스웨일즈 보랄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kate01@heraldcorp.com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염유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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