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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정제영> 언어능력 향상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하자
최근 들어 학교폭력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2013년에 교육부가 조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폭행, 금품갈취, 강제심부름, 감금 등 물리적 폭력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단체인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조사 결과도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의 심각성은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최근 OECD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기준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의 유럽 선진국에서도 학교폭력의 피해경험율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 중에서 사이버폭력의 피해경험율도 10%에 육박하고 있어서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여러 가지로 제시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예방교육을 통해 학교폭력의 상황에서 방관하고 있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학교폭력의 상황을 막아주는 방어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언어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상황에서 적절한 언어적 대응이 이루어질 경우에 학교폭력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음에도 피해 학생들이 그런 적절한 언어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문제를 표현하거나 상담하는 기술이 부족해 고민과 걱정을 나누지 못하게 된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심리적 고통을 넘어서 두통과 복통 등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등교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학교폭력의 상황에서 본인이 대응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탈출구가 없는 괴로운 상황이 지속돼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중에서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주로 ‘위기 대화법(Crisis Communication)’이나 ‘언어적 자기방어(Verbal Self-defense)’라는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호주의 ‘Comebacks’인데 어떤 위기 상황이나 학교폭력 상황에서 학생이 자신감을 가지고 언어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언어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가정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유아기에서부터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다양한 언어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도록 하는 부모의 교육적 역할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언어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위기상황에서 대응하는 대화의 기술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와 대중 미디어도 아이들의 언어능력에 긍정적인 역할과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므로 전 사회의 언어순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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