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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수학여행
외딴 섬 교사 김 선생에게 소망하나가 있다. 섬 밖으로 나가 본 적 없어 자동차도 기차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바깥 구경을 시켜주는 일이다. 고심 끝에 김 선생이 서울 수학여행을 결심하자 부모들이 돈이 없다며 반대한다. 그러자 김 선생과 아이들은 방과 후에 갯지렁이를 잡아 여비를 마련하는 등 정성을 쏟는다. 곡절 끝에 결국 배도 타고 기차도 타며 서울에 도착한 아이들, 창경궁과 남대문을 보며 신바람 난다.

서울에서 마지막 날 밤, 김 선생의 사범학교 동창이 교사로 있는 학교 아이들의 집에서 민박이 이뤄진다. 반듯한 양옥집, 세탁기며 냉장고며 신기한 물건에 어리둥절한 아이들에게 서울 아이들은 리어카 한 대를 선물한다. 큰 선물에 감동한 섬 아이들, 열심히 노력해 우리도 서울처럼 잘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1969년 유현목 감독의 영화 ‘수학여행’ 줄거리다. 서해 선유도 아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계몽색이 짙지만 수학여행의 추억이 오롯이 묻어난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초중등 1학기 수학여행이 일단 전면 중단됐다. 이번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기에 폐지론까지 거세다. 최근 3년간 수학여행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사고가 570여건이나 된다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치명적인 잘 못은 승객과 배를 버리고 맨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 변태적으로 개조된 여객선, 엉터리 매뉴얼에 있다. ‘학생전원구조’라는 초대형 허위정보 사고를 낸 경기도 교육계가 허겁지겁 수학여행뿐 만 아니라 원어민영어체험 등 여타 체험학습까지 금지하자 서울도 뒤따랐다. 자라도 솥뚜껑도 구별 못하는 졸속의 극치다. 학생들을 학교 울타리 안에 가둘 작정이 아니라면 선진국처럼 오히려 체험활동을 더 강화하는 게 옳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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