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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박재식> 연금자산 운용 적극 나설 때다
최근 급격한 고령화 및 저금리ㆍ저성장 국면 진입으로 개인의 노후안정과 복지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문제가 국가의 시급한 현안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연금제도가 구비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은데다 지금처럼 낮은 수익률로 운용될 경우 결국 노후 세대 복지 지출은 국가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다. 또 연금운용기관들의 보수적인 투자경향으로 자금이 안전자산 위주로만 배분됨으로써 국가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을 보자.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12조 달러에 달하는 공적연금의 자산배분방식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즉, 60%에 달하는 일본 국채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12%에서 17%로 올리는 한편,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연금의 안전에 대한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운용성과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노후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일본 정부는 개혁안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다. 개혁안이 실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에 휘둘리던 일본 증시의 체질 개선도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해외 연기금에 비해 연금의 채권비중이 높아 향후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을 제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이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의 19%,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3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민의 노후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금의 적정 위험자산 투자수준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특히, 연금 자산배분과 경제성장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연금이 성장주, 부동산, 공공 인프라펀드, 벤처캐피탈, 사모주식투자, 원자재 등 성장분야에 다양하게 투자될 경우 한국 경제의 역동성은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향후 우리 금융투자업계의 소임이 있다. 자본시장이 미래세대의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고, 이 과정에서 성숙된 자본시장은 다시 젊은 세대에 창조경제의 싹을 키울 수 있는 위험자본을 제공토록 하는 것이다. 호주가 퇴직급여를 연금화(Superannuation)한 이후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귀속시키고, 이를 통해 다시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데 성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국내 연금운용자들은 아직 우리 업계의 역량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국내외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업계의 운용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 투자 문화를 막는 금융투자업계의 단기 실적 위주의 평가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연금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연금 자체의 안전’이 아닌 ‘국민의 노후보장’이다. 이 임무를 저버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충실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랐듯이, 때로는 문제를 푸는데 대담한 방법이 필요하다.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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