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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 바람 · 바람 잠재운 이민영의 펀치샷 “세영이랑 미국 가서 일 낼래요”
여자 프로골프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 챔피언 이민영(22)이 잠재운 바람은 세가지였다. 2년 만에 돌아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안시현 바람’, 역대 가장 강력한 ‘루키들의 바람’, 그리고 골퍼들이 무서워하는 ‘제주도 바람’까지. 이민영은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들을 버텨내고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람을 잠재운 무기는 바로 ‘펀치샷‘이었다.

▶“100점 만점에 90점 주고 싶은 펀치샷”=이민영은 17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우승의 가장 큰 힘은 펀치샷이었다. 100점 만점에 90점 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펀치샷은 낮은 탄도의 구질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하는 일종의 컨트롤샷이다. 볼이 경사진 곳이나 디봇에 있을 때, 맞바람이 불거나 내리막홀에서 유용하다. 이민영은 “펀치샷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하다보니 미스샷이 잦았다. 올 초 미국으로 두 달 간 동계훈련을 떠나면서 펀치샷 하나만 확실하게 마스터하고 돌아오자고 생각했고 정말 한우물만 팠다”며 “이번 대회에서 세컨드샷, 서드샷의 80%는 펀치샷으로 했고 거의 대부분 마음먹은 대로 갔다”고 했다. 이민영은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매우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라며 팁을 소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그립을 짧게 잡아야 한다. 그래야 탄도가 낮게 날아간다. 오픈 스탠스를 선 후 볼 위치는 한 개 반 정도 오른발 쪽으로 놓는다”며 “백스윙은 스리쿼터다. 가장 중요한 건 백스윙 톱에서 절대 급하게 내려오면 안된다. 나도 처음엔 바람을 뚫고 낮게 쳐야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바람을 이기려고 하면 공이 더 날리더라. 미스샷을 자초하는 일이다. 백스윙 톱에서 한 템포 쉬었다가 쳐야한다. 나만의 방법은 임팩트 후 팔로스루 때 오른손으로 덮지 않고 왼손이 리드하는 느낌, 약간 빗겨치는 느낌으로 친다”고 했다.


▶“지난 겨울,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13일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열린 최종라운드 18번홀(파5). 단독선두 이민영은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 한 안시현과 2타 차였다. 안시현은 투온에 성공하며 이글을 노렸다. 이민영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안전하게 ‘잘라가는' 선택을 해 세번째 샷을 핀 2m에 붙였다. 안시현은 이글 퍼트에 실패했고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안시현과 김효주, 겁없는 신인들의 추격이 불안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워낙 감이 좋아 대회 전부터 우승할 것같았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는 덧붙여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지난 시즌 끝나고 유럽 배낭여행을 갔어요.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쪽으로 6개국을 돌았는데, 처음부터 제가 다 계획 세우고 유레일패스 끊고 값싼 민박집 찾아다니며 ‘가난한 여행자'로 살았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공연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이제껏 골프만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살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구나. 골프는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인데, 그렇다면 더 재미있게 즐기며 하자 생각했죠. 유럽여행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때문인지 지난해 우승 후 메인스폰서 재계약에 실패했는데도 그는 낙천적이다. “이전 소속사에서 정말 잘해주셨기 때문에 서운하진 않아요. 지금 몇몇 회사랑 얘기 중인데 보는 눈이 있으시다면 저를 선택하겠죠. 제가 진짜 ’물건‘인데, 하하.”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이자 ‘절친’인 김세영은 이민영에게 “내년에 미국에 같이 가서 한번 멋지게 해보자”고 했다. 이민영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LPGA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고 김세영은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 “올해 3승 올리고 내년에 미국에 가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 왠지 잘 될 것같아요. 투어선수라는 직업 자체가 행복해졌거든요.” 즐기는 골퍼가 된 이민영. 그의 말대로 뭔가 일을 낼 것같은 느낌이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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