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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마곡 ‘신도시’, 민낯을 보다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준공 임박한 마곡 쪽 아파트는 분양권 웃돈이 상당합니다. 곧 분양할 단지도 문의가 많아요. 하지만 오피스텔은 아무리 판촉을 해도 찾는 사람이 없네요” (서울 강서구 A공인 관계자)

“오피스텔엔 제주도에 있던 분양인력 최대 절반이 투입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몇 년 간 힘들거예요” (마곡지구 오피스텔 분양업계 관계자)

16일. 개발면적 366만5000㎡, 계획인구 5만 ∼ 6만여명의 보금자리가 들어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길마다 걸린 플래카드, 노변의 상가분양 부스, 각종 견본주택 홍보관 등이 즐비했다. 한창 조성중인 신도시를 방불케 했다. 공인중개업소들도 걸려오는 전화로 분주했다.

공사 중인 마곡지구 민간단지. 멀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공공단지(6단지)가 내다보인다.

그러나 이곳 인기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확연히 구분됐다. 현장 관계자들은 실수요 위주로 형성된 아파트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투자자가 주로 찾는 오피스텔은 업체들이 분양영업사원을 대거 투입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위치 좋은 일부단지를 빼면 몇년 간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 공공단지, 3개월 새 웃돈 갑절…복등기 등 과열양상도 = 이곳엔 5월부터 순차적으로 SH공사의 9개단지, 6730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아파트 대부분의 주동은 이미 올라와 있었다. 5~7단지는 내부 조경공사에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재 마곡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은 1월 80%대에서 최근 95%를 넘어섰다.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대행사 엠비앤홀딩스 관계자는 “공공단지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대로 대형의 경우 인근 타 아파트의 전세가격이면 충분히 구입 가능하다”며 “특히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 동ㆍ호수 지정제여서 청약 끝나기를 기다렸다 미분양을 노리는 수요자가 많아 계약률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양권 웃돈이 가장 많이 붙은 곳으로 알려진 마곡지구 공공 7단지 원경. 지하철역(9호선, 5호선)이 가깝다.

인기는 ‘웃돈’과 각종 ‘꼼수’로 확인된다. 현장 분양업계 및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작년 공공단지 청약 당시 가장 인기가 높았던 7단지 분양권 일부(전용 84㎡형 등)엔 웃돈 1억원이 붙은 상태다. 3개월 전 이곳 웃돈은 5000만원 선이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이외 단지에도 4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었다”며 “향후 대기업 입주가 시작되면 웃돈이 더 붙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선점하려는 수요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에선 복등기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단지는 전매제한이 걸려있어서다. 복등기란 아파트 입주 전 매매 계약을 한 뒤, 입주 직후 최초 분양자(매도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곧바로 매수자 명의로 등기를 바꾸는 것이다. 등기를 두 번 해서 복등기다. 하지만 이는 전매제한을 피하려는 꼼수로 불법이다.

업계에선 공공단지에서 이처럼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사고파는 투기수요와 실수요 비중을 3:7정도로 추산했다. 마곡지구 N공인 관계자는 “(투기수요 비중을)정확히 알 순 없지만, 현재 전세로 나온 물량이 30%정도”라며 “60~70%는 실수요자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대로변에 걸린 오피스텔 분양 현수막

▶ 분양 앞둔 민간아파트, 실수요 기대감 고조
= 민간단지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18일부터 분양할 ‘마곡 힐스테이트’ 홍보관은 개관준비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이 단지는 지하 2~지상 15층 8개동, 전용면적 59~114㎡, 총 603가구로 일반분양은 316가구다. 1월부터 시작한 사전 마케팅 결과 실거주를 원하는 수요 위주로 문의가 상당했다. 이 단지 분양대행사 ‘도우’ 최장현 부장은 “분양이 임박한 3월부터 일 평균 문의전화가 100~150통씩 걸려왔다. 누적 콜(문의)수는 5000건을 크게 웃돈다”며 “실수요 비중이 60%가량 되고, 전체 문의자 중 서울 강서ㆍ양천 거주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한 사전상담문의도 꽤 있었다. 홍보관 옆 마곡 월드공인 관계자는 “3월 이후 30여건의 사전상담을 받았다”며 “현재 분위기로 볼 때 1순위로 청약이 마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단지를 노린 실수요자가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가 주된 이유다. ‘마곡 힐스테이트’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1500만원대 초다. 현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 인근 소위 ‘리딩단지 (주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매맷값(호가)은 3.3㎡ 당 평균 1700만~1800만원 선인데다 입주한 지 6~9년씩 됐다. 또 바로 옆 방화동엔 아파트 공급이 최소 7~8년 간 없어 새집 마련 수요가 많았던 것도 인기요인이라고 현지 분양관계자들은 분석했다. 


▶ 대부분 ‘죽 쑤는’ 오피스텔…떼분양 준비 중
=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를 골자로 한 2.26 임대차선진화방안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오피스텔은 공급까지 크게 늘어 대부분 단지의 전망이 어둡다고 현지 업계는 판단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마곡지구 오피스텔은 작년 상ㆍ하반기 걸쳐 1744실이 공급됐다. 올해 분양될 물량은 상반기에만 3475실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급주체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분양영업사원을 단지 별로 대거 투입해 ‘떼분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떼분양이란 일종의 ‘분양상담사 간 경쟁 부추기기’ 방식이다. 수십ㆍ수백명의 분양상담사들을 조직해 현장에 투입한 뒤 계약성사 1건당 현금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라고 현지 분양업계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수익형 호텔 현장서 근무하던 상담사 중 50% 정도가 마곡 오피스텔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인력이 집중된 현장은 ‘잘 안 팔릴 곳’임을 입증하는 잣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반기 분양이 임박한 B오피스텔(2015년 입주예정) 단지엔 130여명의 ‘분양조직’이 투입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오피스텔단지들은 상업지구 등 기반시설이 옆에 있어 분양성적이 좋은 편이다. 입지가 좋아서다. 이달 11일 홍보관을 오픈한 C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개관 4일 만에 30%정도가 계약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일 현장을 찾은 방문객 일부는 투자결정을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방문객(40대 중반)은 “아무리 위치가 좋아 수익이 높아도, 임대소득 노출 때문에 걱정된다”며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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