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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역린(逆鱗)’ 정조와 담배 소송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주목을 끄는 한국 영화가 있다. 현빈 주연의 역린(逆鱗). 조선 정조 왕 암살을 둘러싼 하루를 영화화한 것이라 한다. 역린은 용(龍)의 목 아래 비늘인데, 다른 것들과 방향이 달라 이걸 잘못 건드리면 용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제목부터 그 의미가 비장하다.

사실 정조 만큼 파란만장하게 굵고 짧은 생애를 살다 간 군주도 없다. 늘 수구세력의 암살 위협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조선 증흥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온 몸으로 개혁을 이끌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렇게 치열했던 정조가 유명한 ‘골초’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역사에도 기록된 소문난 애연가였다. 신하들에겐 흡연을, 백성들에겐 담배 재배를 장려했다. 담배가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소화에도 좋으며 특히 불면증에 특효라고 극찬했다. 안타깝게도 담배 만큼 당시 그에게 안식을 주는 게 없었던 탓일지 모른다. 


어쨋든 그는 창덕궁에 손수 담배터를 만들고 전국 수령에게도 담배 재배를 명했다. 그러자 중남부 지방의 비옥한 땅이 점점 담배밭으로 바뀌어 갔고, 급기야 이를 금해 달라는 민원과 상소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흡연자 천국’ 대한민국을 만든 뿌리이자 ‘금연 민원’의 뿌리가 정조인 셈이다.

정조가 대중화시킨 그 담배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4일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국가소송을 낸 것이다. 얼마 전 일반인 패소 판결이 난 유사 사례가 있었기에 이번 건보공단의 소송이 과연 반전을 가져다 줄 지 관심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역린’이라는 영화에서 정조대왕으로 분한 현빈이 과연 초조함을 못이겨 담배를 무는 장면이 나올 지, 그것도 매우 궁금하다.

조진래 논설위원/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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