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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데 말이죠” 는 朴대통령 질책의 시작…긴장하는 관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그런데 말이지요…”, “그러니까…”.

예사로 쓰이는 이같은 접속부사가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나오면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은 바짝 긴장했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장장 7시간동안 진행된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관료들을 질책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밝히기에 앞서 사용한 단어ㆍ어구들인 까닭이다.

청와대 수석 등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회의가 TV로 생중계된 덕분에 국민들도 박 대통령 발언 스타일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규제를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로 규정해왔던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규제개혁 안하는 건 죄악”이라고 밝히며 강도높은 발언의 완결판을 찍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그러니까”로 말을 시작하면 장관 등은 진땀을 빼야 했다. ‘손톱 밑 가시’ 규제개선에 대한 그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관련 규제개선이 더딘 이유를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니까 ‘손톱 밑 가시’라고 선정을, 그러면 왜 선정은 왜 했지요, 안되는 건데”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의 규제개선팀장까지 불러세워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빨리 해결해야지 그것도 못하면 신뢰가 안간다”며 “이것은 관계부처도 공동책임”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호소하는 입장에서는 하루가 여삼추”라며 규제개선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그런데 말이지요”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데도 쓰였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규제를 거론하면서 “그런데 말이지요, 지금 지자체 사실은 거기에서 가장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곳 아니겠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각 지역마다 느끼는 규제들을 전부 모아서 17개 시도의 규제상황을 전부 비교할 수 있도록 피규제자 입장에서 만들어 공개하는 것은 어떠한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잠깐만요”라며 불쑥 끼어들어 공무원들의 마인드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간 대표로 참석한 이지철 현대기술산업 대표이사가 제기한 각종 인증제도로 인한 기업 부담 등 현장애로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관련 개선 방안을 설명하던 때였다. 박 대통령은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같아요, 국민이 모르면 애쓰신 공이 없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이런 접속부사를 쓰진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관료집단엔 저승사자와 같은 감사원의 문제도 거침없이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에서 많은 노력을 그동안 하셨는데, 요는 팍팍 체감이 안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감사방향이 그렇게 되고 있다’고 아주 기본상식으로 모두가 알게끔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죄악’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써가며 규제혁파의 시급성을 알리고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의 소극적 행태로 규제개혁과 일자리 창출이 안되는 것과 관련해 “현실에도 안 맞는 또 편견으로 인해서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고 있다는 것, 이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건 큰 죄악”, “일자리를 뺏는다는 큰 죄악”, “국민들이 자나깨나 일자리 일자리 갈구하는 소망을 짓밟는 죄악”이라고 연달아 강조했다.

그는 “규제개혁에 저항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면 또 공무원사회에서 그렇게 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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