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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동선> 中企에 건강한 피를 돌게 해야
지난해 말 중동 걸프협력기구(GCC) 총회에서 한국의 중소기업 금융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보기엔 어림없는 게 우리 금융의 현실이지만 중동의 관심은 그 반대였다. ‘자원도 자본도 없는 한국이 어떻게 산업화에 성공했는지’, ‘특히 금융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들의 궁금증은 끊이지 않았다. 오일머니 덕에 막대한 투자재원을 가졌으면서도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그들로서는 당연한 고민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은행대출의 2%에 불과한 것이 그들의 현실이기에 은행 대출의 42%가 중소기업에 공급되고 있고, 지역금융ㆍ미소금융 등으로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까지 개선해 나가고 있는 한국 사례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성공사례를 전달하면서도 절반의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2013년 말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총 504조원으로, 이중 98%에 해당하는 492조원이 은행융자다. 주식, 벤처투자 등의 직접투자는 6조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독려로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는 하나 아직 은행대출의 절반은 담보대출이다. 신용대출조차 경영자의 개인신용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금공급은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업성이나 기술성 평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연결시키는 고리이고, 희소한 자원을 미래 기대수익이 가장 높은 곳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효율적인 통로다. 금융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미래 유망산업에 원활한 자금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은 경제라는 신체를 성장시키는 혈류(血流)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혈류가 담보와 보증 등 과거의 관행에만 집착한다면 생동감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술, 아이디어, 창의성이 주도하는 지식기반 창조경제시대에서 금융은 중소기업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는 생기 있는 혈류의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기업가치 등 무형자산과 보유기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성장성을 담보로 하는 평가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권에도 다양한 산업분야 전문 기술인력들이 참여해 기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다양한 산업협력 패키지를 중동에 수출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진화된 금융이다. 이미 정책금융에서 그들이 부러워할 만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 남은 절반의 성공은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금융투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벤처코리아를 세계로 퍼뜨리고, 갈 곳 없는 오일머니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중동 국부펀드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중동에 왕성하게 진출할 기반이 생기는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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