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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진래> 이젠 ‘청년공동화’를 대비할 때다
‘늙는 것보다 노는 게 더 큰 리스크다.’ 100세 시대에 일자리도, 모아 놓은 재산도 없는 노인층 얘기가 아니다. 우리 청년들의 가까운 미래가 걱정되어 나오는 말이다. 청년들의 방황이 끝이 없다.

대학 졸업 후 웬만한 직장에 다니려면 기본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잘 풀리는 경우가 그렇다. 고용정보원이 2007년 기준으로 5년 동안 청년층 취업상황을 샘플 조사해 보니, 이듬해까지 계속 미취업자로 남는 비율이 68.5%였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경기가 나아진 게 없으니 지금도 비슷할 게다.

지난해 우리나라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8.0%였다. 1년 새 0.5%포인트나 올라갔다. 유독 20대 취업자 수만 4만3000명이나 줄었다. 고령화 사회의 특징인 청년층 일자리 감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섬뜩했다. 청년 실업률도 30%대로 훌쩍 뛰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청년층에서만 실업자가 늘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청년층 고용률은 45%에서 40%로 뚝 떨어졌다. KDI 조사에 따르면 고용률 70% 이상 국가에서 청년층 고용률이 40%대인 나라는 없다. 스웨덴이 50%대, 네덜란드는 70%대에 이른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는 머지않아 ‘청년 공동화’ 사태를 맞을지 모른다. 청년들이 숫자만 많을 뿐, 활력을 잃은 채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산업 공동화보다 더 큰 재앙이다.

지나치게 비(非)청년에 집중된 정부 일자리 정책이 주 원인 중 하나다. 단기간에 고용률 70% 목표를 이루려 여성과 노인층 지원에 과도한 지원을 한 탓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민간 대기업까지 힘을 보태게 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장년과 노년층 일자리 마련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청년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서는 ‘청년 엑소더스’가 한창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매년 수십만명이 아프리카 등지로 빠져 나간다. 청년 실업률 60%의 나라에선 미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더 하다. 무려 80만명에 가까운 대졸자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신천지를 찾아 국경을 넘는다고 한다.

유럽 청년들은 그나마 ‘언어’라는 자산이 있지만 우리 청년들은 이것도 여의치 않다. 부모들도 이미 짊어진 빚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해외로 자녀를 보내 줄 여력이 없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이 버텨줘야 할 자리는 뻥 뚫리고 그 블랙홀로 청년들은 함몰되고 말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놀지 않고 실제로 활발한 구직활동이 확인된 청년들을 우선 구제해 줘야 한다.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인턴 기회를 더 많이 주어야 한다. 고교 및 대학교육의 내실화도 시급하다.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대학은 물론 고교에까지 확대하고 최대한 많이 만들어 취업 준비생들의 빠른 사회 진출을 도와야 한다.

최근 페이스북에 160억달러(약 17조원)에 팔린 왓츠앱이라는 미국 벤처기업이 화제다. 이 회사 직원은 고작 32명이다. 우리 끼있는 청년들에게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파격적인 창업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 청년들이 제때 사회에 편입돼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 

조진래 논설위원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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