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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월세시대’ 연착륙 방안이 시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얼마 전 한국형 전세문화가 우리 금융권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몇 년 새 급등한 전셋값이 떨어지면 담보로 맡겨진 집이 부실화될 수 있으니 전세를 월세로 바꿔 나가는 게 좋겠다는 훈수다. 그러나 이런 IMF의 충고는 무색하게 돼 버렸다. 이미 우리의 주택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ㆍ월세 137만3172건 중 월세가 54만388건(39.4%)에 달한다. 10명 중 4명은 월세를 산다니 말 그대로 ‘월세 시대’다. 특히 저소득층의 월세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정부도 전세의 월세 전환을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셋값이 ‘가계부채 증가→내수 부진→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런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세로 전환하면 목돈 대출을 안 받아도 되니 세입자들이 그만큼 소비를 늘려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단견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 연평균 577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다. 또 최근 월세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지난해 4월부터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 주거비용이 자가를 초과했다는 결과도 도출돼 있다.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초유의 일이다.

집주인들은 떨어지는 집값에 대한 보상심리로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입자들의 주거비용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세금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자돈 저축’이라도 되지만, 월세금은 그냥 빠져나갈 뿐이어서 서민들의 박탈감은 훨씬 더하다.

원하든 말든 주택시장에서 월세가 대세가 되는 시대는 성큼 다가오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정부는 서민들이 한꺼번에 받게 될 충격을 완화해 줄 연착륙 방안을 속히 내놓아야 한다.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도, 월세 소득공제 확대, 월세대출 지원, 저렴한 월세 집 확대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소득공제의 경우 공제한도를 상향한다지만 세원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 탓에 실제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는 게 맹점이다. 시중은행의 월세대출 이율은 전세금대출보다 높아 현재 이용실적이 극히 저조하다. 저렴한 월세 집을 늘린다지만 부채가 많은 LH를 동원하기 어렵고 돈 안 되는 사업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난제들을 극복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한 차원 높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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