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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국민은 큰 리더십을 원한다
글을 배우지 못한 칭기즈칸
타인의 지혜를 이용할줄 알았고
국제정세 간파한 도요토미도
새 문명 흡수하고 국력 강화…
국민은 통합의 리더십 기다린다


나는 매년 1월 초 몽골에 간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추위지만 초원의 여름과는 다른 강한 느낌을 준다.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순백의 대지와 그 위에 날카롭게 떠 있는 비수 같은 달 그리고 하늘에 다이아몬드를 수없이 박아놓은 듯한 무수한 별들. 그리고 아침 하얀 대지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강한 대륙의 힘에 매료되어서다.

올해 1월에도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대륙 위에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명상에 잠기면 800년 전 몽골 기병의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세계를 향해 나간 그 소리다.

칭기즈칸은 정말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독살당하고 부락에서조차 쫓겨난 소년 칭기즈칸은 들쥐를 잡아먹으면서 버텼다. 부족은 늘 싸웠고 살아남는 것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것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그 당시 몽골 사람들이었다. 불우한 소년 칭기즈칸은 역경을 극복하고 갈기갈기 찢겨진 몽골을 통일했으며, 나아가 세계를 정복했다. 칭기즈칸은 글을 배우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지혜를 잘 이용했고, 또 법치제도를 수립했다. 그는 늘 솔선수범했고, 신분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했다. 분배도 역할에 따라 정확히 했다. 이러한 리더십이 분열된 부족국가를 넘어 세계로 나간 원천이 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우리의 입에 올리기도 싫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비천한 신분 출신이면서 일본을 통일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는 16세기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 선교사와 상인 그리고 일본 상인(왜구)에 의해 전해지는 새로운 해양문명과 국제 정세를 이해하면서 기존 중국의 대륙질서와 다른 해양적 세계질서를 알게 됐다. 그는 당시 유럽의 조총과 새로운 전술을 기반으로 일본에서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넘보는 무모한 생각을 갖는다. 비록 그의 망상으로 조선의 피해는 엄청났지만 이는 2세기 이후 지배해온 중국 대륙세력 일변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었고 향후 아시아 질서 재편에 영향을 줬다. 국제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문명을 흡수하면서 국력을 강화한 리더십은 뛰어났다.

두 사람 모두 우리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나약하고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모으고 큰 안목으로 국제질서를 냉철히 보았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나갔다.

1894년의 갑오경장 실패를 거울삼아 새롭게 나가는 원년을 만들어야 한다고 2014 갑오년 신년 아침 우리 모두는 외쳤다.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에게는 이를 만들어낼 그런 리더십이 있는가. 국민은 지도자를 불신한다. 나라는 사분오열되고 갈등은 깊어간다. 칭기즈칸이나 도요토미가 갈라진 나라를 통일했다면, 지금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급선무이나 오히려 정치가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가지도자가 국제 정세를 정확히 보고 국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대타협을 통한 국내 통합을 이루어내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남북통일을 이뤄낼 그런 리더십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 영호남 의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갈등의 진원지였던 두 지역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여 두 전직 대통령을 교차방문한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것이 이벤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두 지역 정치인은 우리나라 정치의 주역이었으면서도 지역감정을 심화시킨 원인자이기도 하다. 통 큰 정치로 이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을 이룬 정치를 만드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1894년 갑오년 일본과 중국의 말발굽에 나라가 초토화했다면 이제 우리는 큰 정치를 통해 세계로 나가는 말발굽 소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런 리더십을 국민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장선 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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