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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가율 70%’에 대한 오해 두가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수도권에서 집값 대비 전세가격을 의미하는 ‘전세가율'이 최근 70% 이상으로 치솟은 곳이 늘어나면서 매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비율은 각각 62.1%, 63.3%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주목할 점은 개별 아파트 별로 서울·수도권에서도 전세비율이 70% 이상인 곳이 꽤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뛰는 것은 집값 상승의 신호로 여겨진다. 전셋값에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으니 매매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전세보증금이 위험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집주인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자칫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반드시 옳을까? 전세가율 상승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는 집값 뛴다?= 기본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에 매수세가 생길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전셋값이 매맷값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면 ‘차라리 그냥 사자’로 돌아서는 주택 구입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세가율 60%‘ 공식이 생겼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60% 이상을 나타냈던 2000년 2월부터 2002년 9월 사이에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수도권 집값은 39%나 올랐다. 60% 이상 전세비율을 기록한 초기 1년간(2000년2월~2001년2월)은 1.6% 오르는 데 그쳤으나 그 이후 폭등했다.

집값이 폭등했던 2001년 9월엔 전세가율이 67.7%까지 뛰었다.

그 이후 수도권은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본격적으로 집값이 뛴다는 속설이 널리 인정받았다.

그런데 전세가율이 올라간다고 집값이 반드시 뛰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에서 전세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로 77.4%나 된다. 2001년 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을 유지해왔다. 특히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의 올 1월 전세가율은 81.3%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유일하게 80% 이상이다.

이렇게 전세가율이 높은 광주 아파트값은 많이 올랐을까. 광주 전세가율이 처음 70% 이상으로 올라선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12년11개월동안 84%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119%)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사실 지방은 전세비율이 70% 이상인 곳이 흔하다. 지난달 기준 대구(74.4%), 전북(74%), 충북(71.2%), 충남(72.8%), 대전(70.9%), 울산(72.4%) 등이 모두 전세비율이 평균 70% 이상이다. 대부분 5년 이상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들 지역 집값 변동률을 서울 수도권이나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게 집값 상승으로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 ’깡통전세‘ 우려?= 그렇다면 이렇게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에 입주한 세입자는 불안할까. 집값이 조금만 떨어지면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이 비싸지므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비율 높은 집=전세보증금 불안’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 전세가율 상승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비율이 수년간 높게 유지돼 온 광주, 울산 등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더 많이 떼였다는 증거는 없다. 그보단 지난 2007년 전후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 전세를 준 수도권 아파트가 최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일 뿐이다.

광주 광산구 첨단금호타운 인근 경인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경제 사정이 나쁘지 않아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별로 없고 세입자가 전세를 많이 찾기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상승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임대수익을 위해 월세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광주는 임대차 분포에서 전세의 비율이 27%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오르지 않고 전세 수요는 꾸준해 수도권에서도 전세가율 상승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될 것”이라며 “그 자체만으로 보증금이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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