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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김철환> ‘담배 폐해’ 이대로 둘건가?
年 5만명 담배관련 질병 사망
매년 7조원 경제적 손실도
정부, 건보공단 담배소송 소극적
국민건강·국가재정 향상 계기로


‘담배 폐해’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1964년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흡연 관련 연구를 종합한 보고서를 보고받고 국민들에게 직접 담배 폐해를 호소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담배 폐해가 널리 알려지고 실내나 공원, 거리 등에서 흡연이 금지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향상됐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부담’(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이라는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의 담배 폐해를 다시 한 번 수치로 확인시켜준 연구다. 지 교수의 연구는 흡연자 130만명을 19년이나 추적 관찰한 연구로, 구체적 진료기록에 입각한 자료로 연구했기에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의 암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2.9∼6.5배 높았다. 또 흡연이 일으키는 질병 관련 진료비 지출 중 건보공단이 지원한 금액은 35개 질환에서 2011년도 기준 연간 1조7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국민 전체 세대가 부담하는 한 달치 건강보험료와 맞먹는다.

이 금액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암ㆍ뇌혈관ㆍ심장질환ㆍ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인 5년간 약 9조원(연평균 1조8000억원) 규모를 보장할 수 있는 액수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손실액이 없다면 추가 재정투입 없이도 4대 중증질환을 보장할 수 있는 셈이다.

알다시피 담배에는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각종 암과 심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담배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사망자 중 매년 5만여명은 그해 사망하지 않을 사람이다. 담배가 없었다면 매년 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없었을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매년 순이익만 조 단위에 이르는 돈을 버는 사이에 매일 150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그런데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담배를 생산 판매하는 담배회사는 단지 세금만 낼 뿐 이 부담금의 단 1원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담배로 인한 건보재정 손실액은 비흡연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 손실액은 건보재정에 보전해 선의의 피해자인 비흡연자의 부담을 완화시키고, 흡연피해 치료비용은 물론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금연치료에도 활용토록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은 1998년에 49개 주정부와 4개 담배회사 들 간에 2460억달러(260조원)의 배상액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캐나다의 경우도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목적으로 주정부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온타리오주에서 500억달러(53조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소송과 관련돼 확실히 승소할 수 있는 근거를 미리 확보하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일단 시작하고 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승소를 보장하는 근거 마련이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의 담배규제기본조약(FCTC)은 그 근거가 확실하다고 하는데 정부는 아직 부족하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노릇이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수많은 국민과 시민단체들은 담배소송이 건강권을 확보하고 사회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김철환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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