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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AI의심지역은 설 방문도 자제해야
주춤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의심신고가 접수된 전남 해남 오리농장에서 검출한 AI바이러스는 고병원성으로 확진됐으며, 충청도와 경기 일원에서도 감염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남 부여 종계장에서 떼죽음한 닭의 사인은 우려했던 대로 고병원성 AI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닭농가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닭은 오리보다 10배 이상 많이 사육되고 있어 피해 규모가 오리에 견줄 바가 아니다. 정부는 경기 충청지역에 ‘스탠드스틸(Standstillㆍ일시 이동중지)’을 다시 발동하는 등 다급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고병원성 AI가 이렇게 번진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초동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AI도 첫 발병 후 7~10일의 잠복기를 거쳐 확산되는 종전 양상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방역당국의 대응은 전혀 선제적이지 못했다. 잠복기를 감안해 증세가 주춤하더라도 철새의 이동경로나 사람들의 행동 범위를 미리 파악해 사전 방역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당국은 고작 죽은 철새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하는 등 뒤쫓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는 스탠드스틸도 제대로 활용치 못했다. 일단 발령을 내렸지만 AI전염이 뜸해지자 곧바로 해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잠복기와 과거 전파 양상을 고려할 때 적어도 3주가량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관계 부처 간 소통도 엉망이다. 경북 영덕에서 철새가 떼죽음을 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조사까지 마쳤는데 정작 환경부는 이런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고 한다. 방역당국의 안이한 판단과 부처 간 소통 부족이 더 큰 화를 불러온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당국과 농가,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방역이다. 개별 농가와 농장별로 24시간 소독 시스템을 가동하고,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최대 난관은 ‘설’이다. 많은 사람의 이동으로 더 퍼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가령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철새의 분변을 자신도 모르게 차바퀴나 발에 묻혀 고향집을 찾으면 그곳 오리와 닭은 그날로 끝장이다. 방역당국이 AI 발생 의심지역은 설 명절 기간 중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피해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줄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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