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는 막장이고, 현실에선 드라마가 좀체 없다. 막장 드라마에 빠지기도 민망하고, 드라마틱한 일이 갑자기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그나마 드라마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면 스포츠다. 지난해 팍팍했던 한국인의 삶에 즐거움을 줬던 것도 스포츠다. 류현진, 추신수, 박인비 활약은 정치권발 저급한 뉴스에 시달리던 이들에겐 청량제였다.

2014년 대하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2007년 평창에 눈물을 선물(?)했던 러시아 소치가 무대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은 단연 세계인의 드라마다. 1990년 9월에 태어나 주니어 시절부터 경쟁을 펼쳤던 동갑내기 간 마지막 대결이 소치의 링크에서 펼쳐진다. 일본 언론들도 김연아의 2연패 확률을 90%까지 보고 있을 정도로 김연아가 앞선다. “왜 하늘은 이 주유를 낳고, 공명을 낳으셨나이까?”란 삼국지의 주유의 탄식,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넘지 못한 살리에르의 한숨이 벌써 들려오는 듯하다. 극우 아베정권의 ‘기행’에 가까운 행보는 어이없지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 아사다에게도 박수를 보낼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에겐 이번 올림픽은 마지막 기회다. 36살, 소치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 64명 가운데 최고령이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채, 이규혁의 드라마가 미완성으로 끝난다고 해도 그는 이미 존경받아야 할 주인공이다. 16살 1996년 릴레함메르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뒤 소치까지 한국인 최초로 6번째 올림픽 도전이란 값진 기록이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안’이 유럽 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4관왕에 오르면서 ‘쇼트트랙 황제’에 등극했던 안현수. 그가 한국 빙상계 파벌싸움 와중에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고, 이젠 홈그라운드에서 적으로 한국선수를 만나게 된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러시아 국가를 듣게 될지 모를 ‘빅토르 안’과 ‘안현수’를 지켜보는 한국민들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다.

드라마가 말 그대로 극적이어야 한다면 최고의 드라마는 예상 밖의 종목에서 나올 수 있다. 컬링이란 낯선 종목에 우리나라 여자대표팀이 처음으로 출전한다. ‘구슬치기’같기도 하고, 뭔지도 잘 모르는 컬링에서 여자 대표팀이 기적을 이룰지 주목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소치 올림픽에서 보길 기대해 본다.

‘빙속 여제’란 말이 이젠 낯설지 않는 인물, 이상화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예상돼 있다. 이상화는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계 신기록 행진을 펼치면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예약해 둔 상태다. 밴쿠버에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번에 금메달이 그에게 간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흘 남짓 다가왔다.

드라마가 곧 시작된다. 승과 패만 쳐다볼 게 아니라, 그들의 땀과 눈물이 엮어낼 드라마에 환호할 준비를 하자.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jlj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