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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칼럼> 매출 수천억 자랑하는 영국의 중고용품점
중고품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남이 쓰다 만 낡은 것, 혹은 돈 없고 가난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쓰는 물건 등이다. 그런데 이런 중고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는 곳이 있다. 영국이다.

영국인들은 빈부귀천을 떠나 중고품에 열광한다. 중고품엔 먼저 쓴 이의 애정과 역사가 묻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물건이면 중고라고 해도 기쁘게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 중고품을 거래하는 산업의 규모가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을 뺨친다.

영국의 최대 자선단체 중고용품점인 ‘옥스팜(Oxfam)’의 사례를 살펴보자. 옥스팜의 2012년 한 해 매출은 무려 2억8200만파운드(약 5077억원)에 이른다.

전국의 700여개 점포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매주 2200만파운드(약 45억 원)에 달하고, 온라인 매출도 만만치 않다. 지난 1년간 옥스팜의 온라인 상의 매출은 지난 2011년에 비해 24%나 증가했다. 직원 6000명에, 전세계 17개 지사와 협업하는 글로벌업체이기도 하다.

옥스팜은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동네 주민이 기부한 옷과 신발, 장난감, CD, 책, 가구 등을 저가에 판매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전세계 어려운 이웃과 국가를 위해 아낌없이 쓴다.

런던 시내엔 옥스팜 외에도 다양한 중고용품 매장이 두 집 건너 한집씩 자리한다. 암환자를 위한 단체, 어린이를 위한 단체, 심장질환 연구지원을 위한 단체 등 자선단체의 성격도 가지각색이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단체가 옥스팜이다. 옥스팜은 1942년 옥스포드의 학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이 빈곤과 가난 퇴치를 주창하며 세웠다. 지난해 경제악화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탓에 다른 자선단체들의 매출이 급감한 데 반해 옥스팜은 전해보다 5%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든 덕분이다.

옥스팜의 중고 매장에서 일하는 인력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영국 내에서만 2만2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자원봉사자 모집에도 옥스팜 만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좋은 일을 하는 데서 봉사하라’고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적절한 당근을 제시한다. 당신의 이력서를 풍성하게 해주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장사를 하는 기술(돈 계산, 손님 응대, 상품진열 노하우)을 습득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한번쯤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인건비를 자원봉사자로 대체하다 보니 옥스팜은 여타 기업체와 달리 비용이 확 주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당연히 그 비용은 저개발국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간다.

굳이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자선단체를 찾지 않아도 된다. 내가 쓰지 않는 물품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 되고, 또 거기서 벌어들인 수익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이만큼 쉬우면서도 값진 기부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가 사라진 새해 초, 특별한 시즌이 아니더라도 일년 내내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해봤다.

<박지영/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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