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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공약파기 진정성은 사과와 설득에 달렸다
약속은 지키는 것이 맞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약속 이행이 어렵게 된 경우, 애초 약속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다. 대선 공약도 마찬가지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공약이행이 어려운 경우, 애초 공약이 잘못됐음을 인지한 경우 공약은 깰 수 있다. 아니 깨는 것이 옳다. 잘못된 공약인 줄 알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이란 이유로 지키려 할 경우 결국 이로 인한 손실이 국민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복지 공약이 좋은 예다. 재원도 없으면서 나랏빚을 내 복지공약을 지키려 한다면 모든 국민을 나락으로 빠트리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다.

하지만 개인 간 약속이든, 국민과의 약속(대선공약)이든 간에 이를 깰 때엔 불문율이 있다. 약속불이행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고, 불이행의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을 구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새누리당의 최근 행보는 실망스럽다. 기초선거 정당 공천은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미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지방정치가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예속되게 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폐지키로 한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현재까지 새누리당은 이를 이행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공식적인 ‘공약파기’ 선언만 없을 뿐 파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과도 없다. 지금 와서 딴소리만 한다. 정당공천 폐지 불가 이유로 ‘헌법 위배’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왜 지난 대선 때는 헌법에 어긋나는 공약을 했는지 설명했어야 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개방형 예비경선(오픈프라이머리)’의 입법화도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정당공천 폐지 대신에 검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공약불이행에 대한 유감표명이 선행됐다면 ‘초점 흐리기용’이란 비판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검증 안 된 후보난립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공천 폐지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이 공천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행보는 당리당략이란 해석을 피할 수 없다. 정당공천을 포기할 경우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상당수를 보유해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판세가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심이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정당공천이 없을 경우 지방에서 정당의 책임정치가 실종될 수 있다는 점, 제비뽑기에서 영남은 기호 1번, 호남은 기호 2번을 뽑은 후보가 득표에 유리해져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공천 폐지가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공약파기에 대한 사과와 함께 공약변경이 왜 필요한지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만 있다면 새누리당은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개혁특위를 통한 지방선거 개편안 도출 시한이 이제 겨우 보름 남았다. 여당의 정치력을 기대해 본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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