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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로드먼과 김정은의 수상한 관계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 체육관 코트에서 일단의 한물간 NBA 선수들과 많은 북한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의 김정은을 위한 ‘생일축가’를 부르고 경기 중간 인민복으로 갈아입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던 모습은 평소 소문난 그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이었다. 53세의 로드먼이 31세의 독재자 김정은 앞에서 생일축가를 노래하는 장면은 1960년대 초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배우 메릴린 먼로가 몸에 딱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젊고 잘생긴 케네디 대통령 앞에서 생일축가를 부르는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먼로가 생일축가로 케네디 대통령을 유혹했던 것처럼, 로드먼도 ‘최고의 친구’ 김정은에 대한 사랑을 생일축가에 담았던 듯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거친 리바운드와 코트매너, 현란한 염색머리, 기괴한 모양의 타투(문신)로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한 로드먼은 비록 일부에서는 보기 흉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대체적으로 개성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로드먼 개인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결코 나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양에서의 로드맨은 국제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핵문제와 전쟁 리스크에 대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북한을 두둔하는 제스처로 비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로드먼이 김정은을 최고의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그 스스로의 결정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그가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을 갖고 했을까는 의문이다. 로드먼은 정치적인 신념과 이념을 갖고 평양 농구경기를 추진한 것 같지는 않다. 선수 은퇴 이후 수입이 끊기고 극도의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보이면서 사실상 파산상태였던 로드먼이 꽉 막힌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계를 푸는 민간 외교사절을 스스로 맡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본인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미국의 안전을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을 방문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김정은 정권이 막후에서 제공하는 돈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로드먼의 평양 방문은 자칫하면 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권력서열 2인자인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사형시킨 비정의 독재자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로드먼은 ‘반공화국 적대범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장기 구금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에 대해서도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정치적인 문제와는 분명한 선을 그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케네스 배의 아버지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창단감독을 역임한 배성서 씨라는 사실을 김정은에게 설파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위스 유학시절 농구를 매우 좋아했고 마식령에 대규모 스키장을 건설해 스포츠에 대해 많은 호감을 갖고 있는 ‘스포츠맨’ 김정은에게 스포츠맨으로서 로드먼이 최고의 친구답게 “케네스 배를 풀어주면 어떻까”라고 한마디 했으면 말이다. 다음 평양 방문에는 선수시절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은 괴팍한 행동을 케네스 배의 문제를 푸는 데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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