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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김석동> 인도-무굴제국 이야기
인도, 우리나라 9번째 수출시장
한·인도 CEPA로 무역투자 증가
양국 협력 새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난달 기마유목군단 최후의 제국 중 하나인 무굴제국을 보기 위해 북인도 여행을 했다. 인도는 면적이 329만㎢로 세계에서 7번째, 우리나라의 약 33배 되는 큰 나라다. 인구는 12억2000만명으로 세계 2번째, 우리나라의 25배다.

14세기 사마르칸드의 ‘철의 군주’ 티무르는 몽골제국 재건을 기치로 중앙아시아에 380만㎢에 달하는 티무르제국(1370~1526)을 건설한 후 비단길과 자신의 제국 보호를 위해 북인도를 점령했다. 티무르 제국 멸망 후 중앙아시아 카불 지역의 티무르 5대손 바부르가 연고권을 내세우면서 다시 델리ㆍ아그라 등 북인도에 진출했다. 그는 몸소 전쟁터를 지키고 전투를 지휘했다. 그는 ‘병사들이 눈과 폭풍 속에 있는데 어떻게 혼자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겠는가. 친구들과 더불어 전쟁터에서 죽는 것은 결혼식과 같다’라고 하는 등 기마군단 특유의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만큼 그는 겸손하고 단순하면서 따뜻했다. 이러한 성품의 바부르는 1526년 1만2000명 기마군단 병사로 파니파티에서 코끼리 1500마리를 앞세운 18만명의 술탄 군대를 격파하고 델리를 점령하여 330년간 지속된 무굴제국을 세웠다. ‘무굴’은 몽골이라는 의미다. 2대 후마윤과 3대 악바르 대에는 북인도 전역과 북서부 펀자브, 인더스 하류, 데칸 지역,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여 대제국을 형성했다. 악바르는 뛰어난 군사전략가이자 강인한 군주로 대무굴제국의 튼튼한 기초를 다졌다. 4대 자한기르에 이은 5대왕 샤자한은 데칸을 정복했으나 티무르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드를 회복하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아버지 샤자한을 유배하고 왕이 된 6대 아우랑제브는 1687년 데칸 지역을 완전 정복하고 인도 전역을 지배하는 최대 판도를 이루었으나 인도의 이슬람화를 고집하여 힌두교도 등을 탄압하면서 제국은 분열되고 마침내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틈을 타 15세기 말부터 포르투갈ㆍ영국ㆍ네덜란드ㆍ프랑스 등 유럽의 침투가 이어진다. 영국은 1600년 동인도회사 설립 이후 무굴제국의 약화를 기회로 세력을 확장하고 세포이라는 인도 용병을 고용해서 인도 지배를 강화했다. 그러다 1857년 영국에 대한 반란인 세포이 항쟁 진압과정에서 무굴제국을 아예 멸망시켰다.

기마유목민들이 건설한 제국들은 동아시아에서는 1100만㎢에 달했던 청나라(여진)를 끝으로 1912년 중국사로 편입되었고, 서아시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는 560만㎢에 달하던 오스만튀르크(돌궐)가 19세기 이후 발칸반도, 이집트, 아랍 등을 차례로 상실하고 현재의 터키 지역으로 축소됐다. 남아시아에서는 무굴제국(몽골)이 영국에 의해 멸망한 후 인도사의 한 왕조로 편입돼 기록되게 됐다.

그런데 뒤늦게 현대사에 등장한 한국은 예사롭지 않은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가, 9위 무역국가다. 전 세계를 상대로 웅비하고 있는데 이에는 광활한 대초원에서 활약하던 기마민족의 DNA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를 향해 질주하는 한국은 46개국을 포괄하는 9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총수출의 38%와 총수입의 32%를 처리하는 FTA 선도국이 됐다.

한ㆍ인도는 2010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 이후 무역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우리나라 9번째의 수출시장이고 2015년까지 무역거래 목표량이 400억달러다. 얼마 전 포스코는 인도 동부 오디샤 지역에 130억달러 상당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의 환경승인을 다시 얻었다. 이는 한국의 해외투자 중 최대 규모이며, 인도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다.

인도의 성장가능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인도는 2030년대에 세계 3위의 거대 경제국가가 된다. 아무쪼록 한ㆍ인도 간 협력관계가 새로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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