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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염수정 새 추기경에 거는 기대
또 한 명의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했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12일 교황청이 발표한 세계 19명의 새 추기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서임된 지 8년 만이다. 앞서 정진석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 이후 37년 만에 서임됐다.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추기경이 새로 임명된 곳은 한국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뿐이란 점도 달라진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반영한다.

세 번째 추기경에 이어 또 다른 희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교황청에서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諡福) 청원이 통과돼 올해 안에 시복식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복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연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의 경사이다.

염 추기경 탄생은 한국 가톨릭이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강하게 담겨 있다. 세계 8위권인 한국의 교황청 납부금 규모에 걸맞은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하고, 낮은 곳을 지향하는 ‘서민적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실현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염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한국의 16개 천주교 교구의 뿌리이자 한국 가톨릭이 시작된 곳이다. 최근 신임 추기경 임명을 앞두고 일부 개혁 성향의 가톨릭단체가 추기경 임명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는 등 천주교 일각에서 다른 요구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황청이 염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서울대교구가 지닌 상징성을 반영한 것이니만큼 새 추기경을 중심으로 교회 쇄신을 위해 단합해야 할 것이다.

추기경은 한 나라의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인 동시에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숙명을 갖는다.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절 한국 가톨릭교회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최선두에서 싸워왔다. 일생을 인권과 정의를 위해 낮은 자리에서 헌신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교파ㆍ계층을 뛰어넘어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이유다. 새 추기경의 어깨에는 인권ㆍ평화ㆍ정의ㆍ나눔이라는 무거운 십자가가 놓여 있다. 새 추기경이 짊어진 십자가는 비단 가톨릭 지도자만의 몫이 아니다. 교파ㆍ당파적 이해를 뛰어넘는 보편타당한 가치들이다. 새 추기경 임명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갈등을 걷어내고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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