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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3권분립 민주주의의 보루는 판사의 청렴
[헤럴드경제=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우리나라 판사들의 월급은 처음엔 대기업 신입사원들과 비슷하지만 10년쯤 지나면 열세가 된다. 10년된 판사는 본봉과 직급보조수당 등을 다 합쳐도 5000만원을 넘을까 말까 하다.

검사 급여는 법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고위직에는 오르지 못했던 검사 17호봉(30여년 봉직) A씨의 1년전 월급명세서를 보면, 본봉 658만원, 직급보조(97만원), 수사지도(40만원), 관리업무(52만원) 등 수당을 합쳐 세전(稅前) 기준 1000만원 가량이다.

판ㆍ검사의 월 세후(稅後) 실수령액은 대체로 10년차 월 400만원, 20년차 월 600만원쯤 된다. “선망의 대상이라 높은 줄 알았더니 생각 보다 훨씬 적다”는 평가와 “대한민국 가구당 소득 백분위에서 중상위권이니, 먹고살만 하네”라는 얘기가 엇갈릴만 한 액수이다.

먹고 살만 하긴 한데, 평판에 비해 월급이 적어서일까. 판ㆍ검사의 비리 의혹은 심심찮게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1990년대말 대전과 의정부에서 터졌던 광범위한 법조비리 이외에도 2006년 고법 부장판사, 2011년 지방법원 부장판사, 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벤츠여검사 등이 처벌을 받았다. 대법관, 감사원장 청문회에 오른 일부 판검사 출신 후보 역시 청렴성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곤욕을 치렀다.


법관과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청렴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 윤리는 뿌리채 흔들린다. 해방후 판사들 마저 정치과잉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면, 나라꼴이 회복 불능이었을지 모른다. 그때 나라를 지탱했던 것은 사법부 수장의 청렴과 청빈이었다.

판ㆍ검사를 비롯한 공직자들에게 청렴을 가장 강조했던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13일로 50주기를 맞았다. 한 시골 판사가 월급이 적어 생활이 어렵다면 사표를 들고 찾아오자 “나도 죽을 먹으며 산다. 함께 참고 고생해 보자“고 만류했던 그는 후배법관들에게 ”사법관들은 오직 정의의 변호자가 됨으로써 사법의 권위를 세우는데 휴식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흰 고무신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도시락을 싸서 법원청사를 다니던 가인은 청렴이라는 기반위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전횡을 막으려 곧은 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독립운동를 했던 가인은 해방후 사사건건 행정부를 견제하면서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다. 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서민호 의원이 자신을 살해하려던 육군 대위를 권총으로 사살해 기소된 사건에서 1심은 정당방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통령이 항변하자 가인은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상소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일축했다.

퇴임후에 그는 경기도 양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닭과 돼지를 길렀다. 가인은 법관의 청렴이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밑바탕임을 보여준다. 먹고 살기 어려워도, 또 사회적 지위에 비해 돈 벌이가 적어도, 법관이 직무상 양심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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