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X파일] 집 살 분위기라는데… 많이들 사십니까?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최근들어 주택거래량이 늘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옵니다. 그래프나 표를 보면 ‘진짜 그런가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한 다음 달 거래량이 늘어나면 으레 ‘관련 대책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회복돼 거래량이 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집 살 분위기가 무르익었기에 집을 많이 샀다는 소립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전세수요→매매전환’에 중점을 둔 지난 8.28대책부터 살펴볼까요

▶ 엇박자 내는 통계 갖고 ‘매수심리 회복’? = 국토부는 작년 9월 매매거래량을 발표하며 이렇게 언급합니다.

“8.28대책 이후 주택 수요자의 매수심리 회복 등으로 9월 들어 거래량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량이 늘긴 했습니다. 9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국 5만 6733건으로 전년동월대비 42.5%, 전월대비 21.8% 각각 늘었죠.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9월에 거래됐다고 발표한 숫자는 거래 ‘신고’물량이기 때분입니다. 이는 사실 7월이나 8월 초에 계약한 집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상 매매계약 후 신고까지는 30∼60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계약 후에도 매도-매수자간 조정이 불가피해서입니다. 8월 28일 발표한 대책을 보고 취득세를 감면받기 위해 당장 9월에 계약한 집은 있겠지만, 이 대책때문에 거래신고까지 빨리 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오히려 국민은행이 주간단위로 파악하는 현장 중개업소 기반의 전세수급 평균지수를 보면 8∼9월 새 전세수요가 더 몰렸습니다.

통계 발표시점이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음에도 정부가 대책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같은 행태는 계속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주택거래량 발표도 그렇습니다.

국토부는 10월 대비 5300건가량 줄어든 11월 주택거래량을 발표하며 이렇게 해석합니다.

“최근 주택거래는 8.28대책 이후 주택 수요자의 매수심리 회복 등으로 9월부터 전년동월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장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공인중개사들은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매매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0월부터 시작된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 결과가 11월 거래량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3000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렇게 계약이 됐음에도 거래신고량은 10월보다 줄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매수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썰렁한 현장, 반복되는 ‘막달효과’ = 올해부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땐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습니다. 집을 살 땐 취득세도 낮아집니다. 그런데도 2014년 1월 서울ㆍ수도권 공인중개업소들을 돌아보면 파리만 날리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기자가 애써 ‘분위기 좋아지지 않았냐’고 물어봐도 “전화문의 몇 통 늘어난 게 분위기 회복은 아니지 않느냐”며 손사래를 칩니다.

물론 작년말 양도세한시면제 등 세제혜택이 일몰하면서 생긴 ‘막달효과’는 있었겠죠. 하지만 그게 시장반등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닙니다. 게다가 3년간 되풀이해 왔습니다. 거래시장 정상화를 해친다는 지적도 만만찮았습니다.

▶ 가중되는 ‘대출 피로감’ = 막달효과 영향으로 작년 12월분 주택담보대출만 2조2000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일각에선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이 늘었다는 건 빚이 중가해 금융비용도 그만큼 불어났다는 것”이라며 “각 가계의 구매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덧붙입니다.

각종 주택관련 대출 증가세가 진짜 집 구매랑 연계된 것인지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공유형모기지 사업 실적도 지난 한달 간 2000건 정도로 폭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낸 빚도 감당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택 대출의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0년 0.52%에서 작년 11월 말 0.75%로 0.23%포인트 올라갔습니다.

그런데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계속 늘어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는 지난 3년 새 72조원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아직은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과 달리 사람들이 체감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 살 환경이 됐고 거래량도 늘었으니 집 사라는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그것도 빚을 내서 말이죠.

빚잔치를 얼마나 더 해서 집을 사야 정부가 의도한 ‘주택시장 정상화’가 실현될까요?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