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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외자유치 좋지만 맥쿼리 전철 밟으면 안돼
외국인투자유치촉진법 개정안 공포에 때 맞춰 이른바 ‘먹튀’ 해외자본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은 9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의 자회사인 광주순환도로투자(주)가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낸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광주시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써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최초 협약대로 자기자본비율을 29.91%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대로 재판이 종결되고 광주시가 사업권까지 돌려받게 된다면 2028년 사업 종료 때까지 추가 이자 3500억원가량을 안 줘도 된다. 외국계인 이 회사는 협약 후 자기자본비율을 6.93%로 줄이고, 연리 7%대 금융사 차입금을 10% 금리의 맥쿼리로 바꿔 막대한 이익을 챙겨 주었다. 번 돈보다 이자로 준 금액이 더 많다.

외환은행으로 막대한 차익을 남긴 론스타, 한국시장 철수 후에도 수백억원의 배당금까지 챙긴 ING 등이 모두 비슷한 먹튀 해외자본들이다. 이번 판결로 경남 마창대교나 부산의 백양터널, 수정산 터널 등 맥쿼리가 투자해 진행 중인 전국 10여곳의 민자사업과 여타 해외 합작사업에 먹튀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럼에도 최소 운영수익보장제도(MRG)라는 모럴 해저드는 여전히 남는다. 2006년에 폐지되었지만, 기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내는 세금이 계속 투입될 수밖에 없다. 자본 잠식에 누적적자 1500억원의 광주순환도로도 이렇게 우리 세금으로 연명시켜 준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급조된 대부분 민자투자사업의 계약기간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에 이른다. 2011년까지 이미 1조5000억원의 보전금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6조~7조원이 더 나가게 된다. 이들 사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계 자본이다. 광주시처럼 소송을 걸어 이겨 되찾는 것 외에는 이렇게 줄줄 새는 국민 혈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외국기업들을 초청해 이날 공포된 외촉법 개정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철수설이 돌던 GM이 “돌아가지 않겠다”고 화답하고, 몇몇 기업도 한국의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키로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제에 외촉법 시행과 함께 건전 해외자본을 끌어들일 실질적이고 다양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맥쿼리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외국자본을 엄정히 선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기업 민영화 이슈가 여전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사회간접자본(SOC)보다는 생산성 높은 제조업, 특히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 제조업에 특화해야 한다. 연구ㆍ개발(R&D)이나 대학 투자유치도 좋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외국자본과의 기존 계약을 꼼꼼히 다시 따져봐야 한다. 광주시처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되돌리고 끊을 것은 끊어야 한다. 땅 짚고 헤엄치는 외국자본을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해외 꾼들이 한국을 얕보지 않는다. 한국이 더 이상 봉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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