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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한만희> 철도파업의 교훈
모든 정보 공개되는 현대사회
국민 납득 어려운 물리적 파업
국민외면·공기업 존립근거 상실
기업들 경쟁력확보 최선다해야


지난 연말 철도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앓았다. 철도노조는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며 민영화가 되면 철도요금이 몇 배나 올라 국민들의 부담 증가로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정부는 코레일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피하며 자회사를 설립하여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민영화로 인한 폐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노조가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을 계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는 어떠한 형태의 정부 계획도 국민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민영화로 인식시키기만 하면, 소위 프레임에 걸기만 하면 좌절시킬 수 있다고 보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경영효율화 조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파업은 성과 없이 끝났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 첫째는 이제 공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절감하고 있으며, 공기업 노조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이에 따라 경제ㆍ사회 질서가 시시각각 조정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어느 기업이나 개인이 독점적 이익을 취한다 싶으면 발달된 정보망을 배경으로 많은 자본력과 새로운 기술력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신속히 출현하고 결국 독점이익을 누릴 수 없는 경쟁체제로 가게 된다.

이는 좋든 싫든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철도를 포함하여 국가의 주요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코레일의 경우 독점체제를 유지하면서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경영지원을 위해 추가로 7500억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철도도 철도운영회사 간 경쟁뿐만 아니라 항공, 버스, 트럭 등 다른 형태의 수송수단과 경쟁을 해야 한다. 철도의 강점으로 여겨져온 친환경적, 대량수송의 교통수단이라는 점도 언제까지 계속된다고 할 수 없다. 지금과 달리 대체에너지 또는 대체수송수단이 획기적으로 발전한다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철도를 건설하고 공기업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 사회에서 양산되는 부정적 프레임도 그 진위를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으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한 예로 낙하산 인사 논쟁을 들 수 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장으로 외부 인사를 임명하면 노조는 반사적으로 ‘낙하산 임명 반대, 사장 출근 저지’를 외친다. 물론 과거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장에 임명하면서 여러 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부 승진이 아니면 모두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하고 반대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부처의 장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의 장도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의 능력 있는 인사들을 임명하여 개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들을까 두려워 내부 인사들로만 장을 임명한다면 국민이 아닌 조직원들만을 위한 공기업이 되고 말 것이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오늘날 어느 기업이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쥐어짜는 진지한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수요자들의 지지와 시장에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수요자인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자 물리적 파업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잃고 공기업 자체의 존립근거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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