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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혁세> ‘기업가 정신’ 고취가 절실한 시점이다
새해 불확실성·엔저 등 난관 속
저성장 피하려면 딥팩터 개혁을
경제주체 패러다임 혁신적 변화
기업 ‘미래 투자’ 적극 유도해야


지난해는 기업들이 유독 수난을 많이 겪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연초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이슈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세무조사는 기업들을 잔뜩 움츠러들게 했고 STX, 동양 등 잇따른 대기업 계열사들의 부도,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과 재판으로 기업들이 투자계획이나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우리 기업 앞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불확실성과 엔화 약세, 중국의 추격 등 우리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협하는 대외 요인들은 여전히 많다. 이런 가운데 10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와 저성장ㆍ고령화 등 내수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들은 기업들로 하여금 선뜻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대니얼 앨트먼 교수는 “사회적 관습, 경쟁 문화, 정치 수준 등 한 국가의 경제적 토대를 구성하는 딥 팩터(Deep Factor)가 향후 수십년 또는 한 세기 동안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한때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과 같은 슈퍼 파워에 이르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이유는 바로 딥 팩터를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와 신속한 일 처리를 가로막는 관료제도, 창의성과 경제활력을 저해하는 직장문화, 과도한 진입규제로 경쟁력을 상실한 내수시장 등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들로 인해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저성장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상황에 내몰린 게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현실이다.

우리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 내부의 딥 팩터부터 개혁해야 한다. 딥 팩터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노사관계, 혁신성과 창의성을 말살하는 기업 생태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투명한 시장,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료주의, 후진적인 정치문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딥 팩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의식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를 캐치업(catch up)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해온 대기업ㆍ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로는 더 이상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다. 중소ㆍ벤처기업, 소프트웨어 산업,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운용의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결국 이런 딥 팩터를 변화시켜 새로운 성장경로를 만들자는 취지인 것 같다. 한편, 국가운영의 거버넌스(Governance)도 이참에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 기득권에 안주해온 관료주의의 종언을 선언할 정도로 여러 부처에 걸친 복합 다중 규제, 중앙과 지방정부에 걸친 중첩 규제, 선진국에 없는 ‘국내용’ 규제 등 덩어리 규제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특히 경제권력이 의회로 이동하는 시대를 맞아 정치문화를 선진화하는 것이야말로 경제회복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경쟁력이나 전문성 면에서 민간보다 결코 우월하지 않은 정치ㆍ사법ㆍ행정권력이 경제를 주도하거나 기업을 압박하는 모습은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고 시대착오적 모습으로까지 비친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민간의 창의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당당하게 경제 활성화의 주역으로 나서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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