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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2014년 김정은의 드라마 각본은?
북한은 지난 연말 노동신문의 ‘2013년 조선의 중대사변들’이란 기사에서 8대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첫 번째 중대사변으로는 1월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꼽았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한 것은 김일성이 사망하기 직전인 1994년이 마지막이었으며, 김정일 시대는 공동사설로 대신해왔기 때문에 19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육성신년사를 중대사변으로 꼽았기에 금년에도 육성신년사가 발표될 것이란 전망을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북한은 1일 새벽0시 대동강 주변 주체사상탑 일대에서 대규모 불꽃놀이를 실황중계까지 하면서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김정은은 새해신년사를 직접 육성으로 발표했다. 특히 이번 신년사는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직면한 현실을 돌파할 어떤 각본을 갖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관심이 모아졌다.

각본에 대한 궁금증은 지난 통치패턴에서 해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북한을 극장국가라 한다. 그간 김정은은 다양한 각본을 갖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드라마를 극장무대에 올려가며 통치해왔다.

예컨대, 김정은은 2008년 ‘발걸음’이란 노래로 자신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가요정치로 서막을 올렸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속도전으로 처형한 극악한 공포정치, 이러한 공포드라마의 충격을 또 다시 가요무대를 통해 충성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즉, 장성택 숙청을 공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9일 노동신문에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는 제목의 찬양가요를 게재했다. 이어 ‘혁명무력은 원수님 령도만 믿는다’, ‘그이 없인 못 살아’ 등 가요보급을 통해 결속과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가요정치를 적극 벌이고 있다.

또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외모를 모방해 향수를 자극하는 모방정치, 은둔의 지도자인 김정일과 다른 인민들과의 적극적인 대면정치, 김일성 김정일 때는 없었던 부인을 내세워 애정극을 벌이는 부부정치 드라마를 연출하는가하면, 주민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스키장 건설과 같은 꿈의 환상무대를 만들어 허세정치를 행하고 있다.

김정은의 드라마 각본은 금년에도 북한이란 극장국가에서 통치술로서 계속 연출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신년사를 보면 각본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내용상 각색을 시도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선군정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의미를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핵·경제 병진정책을 추구해온 기존 입장을 감안할 때 핵에 관한 일체 언급 없이 인민경제생활에 한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김정은은 지난달 군부대를 찾아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청와대로 “예고 없이 타격하겠다”는 전화통지문을 보내는 등 도발협박 각본을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대내적인 공포정치 상황과 관련해 이를 희석하기 위해서라도 대남도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경책을 예상했다. 그러나 신년사는 협박각본이 아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화해각본을 들고 나왔다.

물론 신년사 하나로 김정은이 구상하는 2014년 한반도 드라마 각본을 추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남북관계만은 진정성 있는 화해각본을 갖고 드라마를 연출하기를 당부한다.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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