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강호 첼시를 무너뜨리는 역전 결승골로 고대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장식했다.
기성용은 18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3-2014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후반 13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최하위 선덜랜드는 리그 3위의 거함 첼시를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리그컵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기성용은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후 1년 4개월 만에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또 지난시즌 스완지시티에서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던 기성용은 유니폼을 바꿔 입고 2년 연속 정상 등극에 바짝 다가섰다.
▶무리뉴의 칭찬에 응답하다=무리뉴 감독은 선덜랜드전을 앞두고 기성용을 ‘경계해야할 선수 1호’로 꼽았다. 무리뉴는 “기성용에게 윌리안을 붙여서 압박하겠다. 내 생각에 기성용은 선덜랜드를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선수다. 기성용을 압박해서 그의 창의성을 뺏겠다. 그가 잘 못 뛰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무리뉴의 칭찬과 경계심에 보란 듯이 응답했다. 올시즌 스완지시티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된 그는 이날 무리뉴 감독과 홈팬들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아낌없이 폭발시켰다. 전반을 0-0으로 버틴 선덜랜드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자책골을 헌납했다. 프랭크 램퍼드가 골대로 밀어 넣은 걸 리 캐터몰이 걷어냈지만 판독 결과 캐터몰의 발을 맞고 공이 골라인을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구스타보 포예트 선덜랜드 감독은 후반 16분 기성용, 29분에는 파비오 보리니를 차례로 투입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후반 43분 보리니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절묘한 오른발 슛이 동점골로 연결돼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기성용이 윗선으로 올라오면서 공격력이 살아났다. 연장 후반 9분 기성용의 헤딩슛이 아쉽게 마크 슈워처 골키퍼 손에 걸렸지만 첼시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장전 종료 2분 전 기어이결승골을 뽑아냈다. 보리니의 짧은 패스를 받은 기성용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날카로운 오른발슛으로 통쾌한 결승골을 꽂았다. 골닷컴은 “기성용이 첼시를 잡고 영웅이 됐다”며 팀내 최고평점 4점(5점 만점)을 받았다.
▶다시 돌아온 ‘Key’, 홍명보호 엔진 켜다=기성용이 ‘첼시 보약’을 먹고 살아나면서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 엔진에도 힘찬 시동이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천금같은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대표팀에도 좋은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최근 몇 달 간 기성용은 홍명보호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하며 홍 감독의 무한 신뢰를 얻었지만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난하는 SNS 파문으로 새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에게 가장 버거운 ‘짐’이 됐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원 팀’을 강조해왔던 홍 감독은 “내면의 성숙이 먼저”라는 말로 3개월 동안 기성용을 부르지 않았다. 그 사이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기성용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신뢰를 쌓은 후 10월 브라질전서 처음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소속팀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밀려나듯 선덜랜드로 왔지만 날카롭고 안정된 공수 조율로 팀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선덜랜드 축구를 매끄럽게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 기성용이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발판으로 내년 브라질서도 힘차게 날아오를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