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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토크> “세리언니처럼…후배들에 롤모델 되고 싶어요”
모처럼 국내서 꿀맛같은 휴식 박인비
공 잘 안맞을땐 아직도 두려워
전훈서 약점 40야드 숏게임 집중 보완
행복하게 즐기는 골프 하고 싶어

크리스마스·연말 계획요?
가족·약혼자와 깜짝 파티!


올해 그를 세 번 만났다. 그때마다 얼굴이 달랐다. 시즌 3승에 메인스폰서 계약까지 마친 5월 초, 그에게선 들뜬 환희가 느껴졌다. 가을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LPGA 그랜드슬램이 좌절되고 ‘올해의 선수’마저 쫓기던 때였다. 그리고 또 몇 달 뒤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2연패 등 목표치 이상을 이룬 그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얼마나 큰 성취감으로 빛날까. 그러나 그의 얼굴엔 기쁨보단 평온함과 성숙함이 묻어 있었다. 해피엔딩으로 올시즌을 마무리한 ‘골프퀸’ 박인비(25·KB금융)를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상상도 못했던 걸 이뤘고 행복했지만 또 많은 걸 배우고 겸손해진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나도 필드에서 두려울 때 있다”=타이거 우즈(미국)의 전 코치인 행크 헤이니는 지난해 ‘빅 미스’라는 책에서 “사실 우즈는 드라이버샷을 하기 전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고 폭로해 우즈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언제나 담대할 것 같은 박인비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까 궁금해졌다. 많은 동료들이 “박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경외심을 표하는 터라 더 그랬다.

박인비는 “솔직히 아직도 공이 잘 안 맞을 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3~4년 간 슬럼프에 빠졌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어요. 샷이 불안해질 때 예전의 두려웠던 느낌이 확 살아나요. 완벽하게 이겨낼 방법은 없어요. 계속 경험하다 보면 조금씩 무뎌지겠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 쫓길 때도 그랬다. 그는 “US오픈 우승하고 (올해의 선수가) ‘됐다’ 싶었다. 그런데 수잔이 무섭게 반격하더라. ‘내 것’을 뺏길 것같다는 느낌에 두려웠다. 사실 아직 내 것도 아닌데 내 걸 뺏기는 기분, 또 그런 것에 끌려다니는 내 모습이 더 힘들었다. 또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완벽해 보였던 ‘여제’는 그렇게 또 한 뼘 성장했다.

박인비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 계획을 묻자 최근 경기도 판교에 구입한 새 보금자리에서 가족과 푹 쉬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좋아하는 사람들 얼굴 보고 맛있는 음식해먹는 것. 그게 내겐 가장 큰 휴식이고 여행이고 다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라며 활짝 웃었다.‘ 골프여제’의 내년 시즌이 벌써 기대된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약혼자 위한 깜짝 생일파티 준비”=그는 내년 가을 약혼자 남기협(32) 코치와 결혼을 약속했다. 박인비는 “약혼 전엔 한국에 남자친구를 두고 미국에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정말 외로웠고 골프 자체가 싫어졌다. 그런데 같이 투어생활을 하면서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올해의 선수’ 수상 스피치에서 “사람들은 그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정말 운 좋은 사람은 나다. 그가 있어서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며 처음 고마움을 표했다. 약혼자가 감동받았냐고 묻자 “오빠가 영어를 못해서…”라며 쑥스러운 질문을 살짝 피하더니 “감동받았겠죠? 한 번도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거든요. 마침 12월23일이 오빠 생일이라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고 있어요. 깜짝파티도 준비하려고요.” 내년 1월 초엔 남 코치와 호주로 5주 간의 전지훈련을 떠난다. 기쁨도 잠시, 다시 한 시즌의 시작이다.

▶“후배들에게 남겨줄 자산이 있다면…”=내년 LPGA 첫 출격은 2월 중순 이후다. 호주오픈이나 올해 우승한 태국 대회가 될 것같다. 전훈에서 집중할 부분은 체력과 숏게임. 특히 30~40야드 어프로치샷이다.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다. 56도 웨지를 사용하는데 골프하는 내내 어려워했던 샷이다. 많은 선수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거리인데 나는 특히 더하다”고 했다. 박인비가 후세에 물려줄 유산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그는 “박세리ㆍ박지은ㆍ김미현 언니들이 하는 걸 보고 골프를 쳤다. 당연히 목표 설정도 언니들이 기준이 됐다. 후배들에겐 내가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며 “행복하게 즐기면서도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모델이 되고 싶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만난 박인비의 표정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더 행복한 골퍼가 될 것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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