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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통’을 목격한 주택소유자들…“부동산은 투자수단 아냐”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 서울 은평구의 3억3000만원짜리 전용84㎡아파트에 자가(自家)로 사는 박상기(가명ㆍ48)씨는 졸지에 하우스푸어가 된 지인 A씨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박씨와 한동네에 살던 A씨는 6년 전 이리저리 끌어모은 빚 4억원을 보태 서울 송파구의 6억3000만원짜리 전용59㎡ 아파트로 갈아탔다.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강남불패’의 확신이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그의 집값은 지금도 6억3000만원이다. 융자가 많아 세도 잘 안나가는 집에서 A씨는 매달 이자만 200만원 이상 내며 살고 있다. 박씨는 “만약 나도 빚 내서 이사갔다면 그 꼴이 났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내집을 갖고 최소 한번 씩은 부동산 투자를 탐낼 법한 중산층도 부동산은 더이상 투자수단이 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2013미래주택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ㆍ수도권 공급 99㎡이상 면적에 사는 35~69세의 자가(내집)소유주 1015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 10가구 중 2가구(21.1%)만 부동산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자는 2년전(33.5%)대비 12.4%포인트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같은기간 예ㆍ적금 투자자는 14.3%포인트 늘었다. 펀드 투자자는 6.1%포인트줄었다. 


부동산 투자자 중에서도 토지 투자자 비중은 2년전 16.4%에서 올해 6.5%로 절반이상 줄었다. 아파트에 투자했다는 가구는 45.3%를 차지했지만 2년 전(54.5%)대비 9.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민간임대사업 붐을 반영한 듯 다세대ㆍ빌라 투자자 비중은 6.5%에서 25.2%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토지와 아파트는 향후 투자 의향이 있는 부동산 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었다. 토지에 투자할 예정인 가구 비중은 9.4%에서 3.3%로 2011년 대비 3분의1토막이 났다. 아파트 투자 예정자 비중은 26.1%에서 7.4%포인트 떨어져 2년 전의 70%수준이었다.

보통 아파트 중심의 주택투자는 매매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매매거래와 맞물리는 이사수요도 매년 꾸준히 줄고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 비중은 2009년 34.8%를 찍은 뒤 매년 줄어 올해 20.6%에 머물렀다.

그나마 이사를 할 가구 중에서도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94.9%에서 올해는 97.1%까지 올랐다.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이 인식하는 집값도 2년새 떨어져 얼어붙은주택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가 인식하는 현재 주택시가는 2011년 당시 평균 6억2390만원에서 올해 5억146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이들 가구가 희망하는 향후 주택가격도 2년 전엔 평균 5억415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4억909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빠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산층에게 이처럼 부동산투자의 매력이 없어진 한 이유로 예비투자자들의 ‘깡통주택’트라우마를 들었다. 2000년대 중반 잔뜩 낀 부동산 거품이 터져 하우스 푸어가 된 사람들을 눈앞에서 본 이들이 지금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집값 폭락에 따른 투자 실패담 주인공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걸 ‘학습’한 사람들이 상당하다”며 “그렇다보니 특히 아파트 등 주택은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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