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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행복주택 ‘활성화’와 ‘축소’를 헷갈린 정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 정부가 지난 3일 ‘행복주택’ 공급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내놓은 자료의 제목입니다. 공급을 줄이겠다면서 활성화 방안이라니 좀 이상합니다. 합리적으로 조정해 실효성을 높이는 계획이므로 활성화 방안이랍니다. 아무래도 좀 말장난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대표 주거복지 공약이었던 행복주택 공급은 철도부지, 유수지, 공영주차장, 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놀고 있는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겁니다. 임기 중 20만 가구를 지어 주변의 50~80% 시세에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전체 공급물량의 80%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젊은이에게 공급하겠다고 했죠. 오류, 가좌, 공릉, 고잔, 목동, 잠실, 송파 등 수도권 도심에 시범지구를 지정했습니다. 물론 주민들의 반발로 진행이 잘 안되지만요.

그 공약을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14만가구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줄어든 6만가구는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대체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 공약에 부합하는 지역에 짓는 행복주택은 3만8000가구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물량은 기존 행복주택 대상지가 아니던 뉴타운 해제지역, 노후 임대단지, 산업단지, 보금자리지구 등 공공 택지, 민간분양 예정지 등입니다. 그렇다면 조금 이상합니다. 모 전문가가 그러더군요. 기존 공공 임대주택하고 뭐가 다르냐고요. 산업단지, 택지지구 등에 들어선 행복주택엔 80%이상을 신혼부부 대학생으로 채우기 어려울 겁니다. 행복주택의 의미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런 지역 땅값은 당초 예상보다 비쌀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료를 처음 계획처럼 시세의 50~80% 수준으로 공급하기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이번에 축소해서 내놓은 행복주택 공급계획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더군요. 당장 시범지구인 목동 등지의 주민들 반발도 쉽게 해결될 분위기가 아닙니다.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도 당초 공약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처음 발표할 때 방향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주인은 세금 인센티브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는 집주인의 담보로 저리로 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죠. 하지만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에서 누가 세입자를 위해 담보대출을 하겠느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제도기 시행됐지만 석달동안 단 2건만 사례가 나오는 등 사실상 실패했죠. 정부는 이번에 이 제도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사실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마디로 포기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곤 결국 채권양도방식의 전세대출인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Ⅱ’란 복잡한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대한주택보증과 은행간 협약을 통해 저리의 전세자금을 마련하고 보증금 떼일 위험을 모두 해결하는 상품이라고 하네요.

사실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모두 박 대통령이 애초에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부터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도입니다. 이번에 보완 혹은 축소한 계획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얼마 있다가 다시 ‘보완책’, ‘후속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축소 혹은 변경된 계획 나올까 우려됩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새 정부 들어서 공식 파기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이 그런 절차를 또 밟지 않으려면 좀 더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공급규모와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보완책이라는 이름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다 임기 내내 공약파기라는 비판을 받기 보다는 한번 제대로 수정안을 내는 게 옳습니다. 솔직히 상황을 인정하고 국민에 양해를 구하는 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좋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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