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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밥굶는 중개업소가 태반이라구요 의원님!!"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전세물건 유치하고 세입자 잡으려고 중개수수료 낮추기 경쟁을 하는 마당에 뭘 더 내린다는건가요?”

김명신 서울시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이 6일 대표발의한 ‘주택 중개수수료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을 두고 서울의 일선 공인중개사들이 하는 말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 3억원 이상∼4억원 미만은 0.3%, 4억∼6억원 미만은 0.25%, 6억원 이상 주택은 0.5%로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이 조정됩니다. 3억∼4억원 구간엔 100만원의 한도액도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전셋값 3억원 이상 주택은 모두 최대 0.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했습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기자도 처음엔 수긍했었습니다.

비싼 전세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죠. 부동산114에 따르면 호가로 매겨진 시세기준으로 볼 때 현재 서울의 전셋집 총126만7000여가구 중 3억원 이상은 48만8000여가구로 39%에 달합니다. 지난 두어달 간 서울 전셋값 상승폭은 매매가의 20배에 달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제점이 하나 둘 드러납니다.

김 의원 측 발의안의 논리는 3억원 이상 전세 비중이 많아졌으니 그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율도 낮춰 ‘서민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대로라면 공인중개사들이 전세물건을 중개하면서 수수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 전세거래 현장에서 부동산중개인들은 집주인과 수요자 사이에 낀 신세입니다. 전세물건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집주인들은 희소가치 높은 물량을 쥐고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합니다. 중개인들은 ‘나한테 거래를 맡기라’며 수수료 제살깎기 경쟁이 한창입니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어떨까요? 이는 한국의 ‘집 구하기’ 문화와 깊게 연관됩니다. 발품을 판다고 하죠. 방을 구하러 동네 전체를 훑습니다. 이건 전세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과거와 지금이 마찬가집니다. 어떻게든 싸게 구해야 하니까요. 보이는 중개업소마다 들어가 방 있냐고 묻습니다. 한 명의 의뢰가 동네 전체 중개업소에 접수됩니다.

어떻게 될까. 물건을 먼저 잡아 수요자와 제일 빨리 연결하는 중개인이 승자입니다. 이 상황에서 중개수수료의 결정권은 누가 쥐고 있을까요? 답은 자명합니다. 중개인이 아닌 공급자와 수요자가 ‘갑’인 셈입니다.

또 하나. 미국과 같은 ‘책임중개제’가 정착되지 못했습니다만 한국 중개인들도 자기고객 챙기기에 투철합니다. 이들에게 수수료를 올려받아 ‘폭리’를 취하려 할까요?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해진 수수료율의 절반도 못 받는 중개회원이 전체 8만3000명중 99%에 달한다. 서울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건 이런 맥락입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절차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 때문에 중개수수료 폭리를 취하는 중개인들이 많다면 실태조사를 철저히 했어야 합니다. 김 의원 측 발의안 문건에 언급된 서울 전세시장 실태는 부동산정보업체의 자료 하나를 참고한 게 전부인듯 합니다.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뒤져 실제 올해 거래된 서울 전월세 중 3억원 이상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나요? 아니면 서울 전체 공인중개사 중에 3억원 이상 전세거래를 하면서 받는 수수료 수준이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했나요? 묻고 싶습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청회 한 번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발의 내용에 우리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김 의원은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은 전세값 마련 외에도 중개수수료 폭등으로 인해 이중 삼중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중개수수료율을 현실화함으로써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기준입니다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가 발표한 ‘2013 한국직업전망’에 따르면 세일즈업 평균연봉 순위에서 부동산중개인은 2600만원으로 조사대상 25개 직종 중 21위를 찍었습니다.

또 부동산중개인들은 소상공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들도 서민입니다. 물론 몰지각한 부동산중개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사기당한 기분을 느낀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화와 행정ㆍ사법기관, 그리고 공인중개사협회가 합심해 연중 상시 단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중개수수료가 아니라 전셋값 자체입니다. 지자체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의처럼 ‘튀는’액션 대신, 덜 드러나더라도 전반적인 리서치를 하고 의견수렴을 충실히 했다면 더 빛나보였을 겁니다.

모호한 현실인식을 갖고 필요한 의견수렴도 없이 조례를, 법을 고쳐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행태야말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더 전문적인 자세로 현안에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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