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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이규성> 창조농업을 ‘창조’하는 농업생물자원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석유자원의 고갈과 지구 환경의 변화는 인류 생존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의료 과학기술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개선으로 세계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론’이란 저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농업생산물인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식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무려 71억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지구는 100억명의 인류를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 화석연료의 고갈, 식량위기, 물 부족 등에 따른 지구촌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창조농업’이 거론되고 있다. 창조농업은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주요 실천 방안 중의 하나다.

예로부터 농업이란 땅을 이용해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작물을 가꾸거나 유용한 동물을 기르는 산업을 의미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농업은 생산(1차 산업)을 비롯해 생산물의 가공(2차 산업) 및 유통(3차 산업)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지금, 농업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인류에 유용한 것을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창조농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창조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 양잠 산업을 들 수 있다. 농산물 이외에는 수출할 것이 거의 없던 1970년대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의 52%를 차지하던 것이 바로 누에고치 생산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건비 상승과 국제 시장경쟁력 상실로 양잠농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양잠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에 의해서다. 누에의 혈당강하 기능이 밝혀지면서 기능성 식품 소재로 누에분말이 개발됐다. 또 뽕잎차, 오디, 동충하초 등 양잠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식용 및 음용 소재를 비롯해 누에고치의 피부친화성에 착안한 실크화장품, 실크염모제 등 각종 미용소재도 개발됐다. 그 결과, 국내 양잠산업은 고급 섬유 원료로 사용되는 누에고치 생산에서 먹고 마시고 바르는 기능성 양잠으로 한 단계 도약됐다.

과학기술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고 있는 양잠산업은 뽕잎, 누에, 누에고치의 생산에서 시작해 누에분말, 뽕잎차, 실크화장품 등 2차 가공품의 단계를 넘어 현장 체험 및 유통의 기법이 가미된 6차 산업으로 발전됐다. 이제 누에는 기능성 물질생산으로 인류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인터페론과 같은 유용물질을 대량생산해 자신의 몸값을 지금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높여갈 예정이다.

양잠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농업생물자원에 새로운 관점의 과학기술이 접목됐을 때 융복합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비 국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창조경제, 창조농업의 시작이 되는 농업생물자원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규성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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