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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건강壽命 늘려야 선진국으로 간다
건강수명-평균수명 10년차이
노년내내 비감염성 질병 고통
금연·절주·개인노력 중요하지만
담배규제 등 정부대책이 더 절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에 걸쳐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재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정책센터의 공동 주관으로 ‘글로벌 헬스 콘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콘퍼런스는 질병 부담 및 위험 요인을 연구하는 해외 석학들을 초청해 건강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비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만성 질환과 같은 개념으로도 이해되고 있는 비감염성 질환 문제는 오늘날 세계적인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인류를 괴롭혔던 천연두와 소아마비 같은 감염성 질환들이 하나 둘 정복되면서 사망률이 줄어들고 평균 수명도 길어졌다. 심지어 국가 보건 사업이 시원찮은 나라들까지도 사망률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감염성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자 암,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당뇨 같은 비감염성 질환이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했다.

2015년은 새천년개발 계획이 끝나는 해다. 그동안 빈곤 퇴치, 영ㆍ유아와 모성의 사망, 에이즈, 결핵 등을 퇴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3월 보츠와나에서 2015년 이후 주력해야 할 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는데, 거기서 나온 것 중 첫 번째가 보편적인 보건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1년 비감염성 질환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했고, 190여개 국가가 여기에 서명했다. 유엔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비감염성 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방과 관리 정책을 수립ㆍ시행할 것을 세계 각국에 권고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비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평균 수명과 약 10년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10년 동안, 그것도 대부분 노년기에 질병과 부상의 고통을 겪으며 산다는 뜻이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영양 상태의 개선으로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있으나, 일생 질병이나 부상의 고통 없이 지내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정체 상태에 있다. 더군다나 점차 증가하고 있는 치매와 중풍 발생률을 감안한다면 말년의 삶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왜 길어지지 않을까. 건강수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비감염성 질환이다. 비감염성 질환은 전체 사망 원인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 외에도 여러 가지 장애와 합병증을 일으켜 의료비 증가는 물론 노동생산성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과거의 보건 정책이 목숨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보건 정책은 양질의 삶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돼야 한다.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트아 센은 2011년 발표한 그들의 보고서에서 ‘사회 발전의 잣대는 웰빙이며, 보건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발전의 척도를 GDP로 계산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새 정부는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보건 분야에서 국민 행복을 대표하는 지표는 건강수명이다. 그렇다면 건강수명을 늘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 워싱턴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습관 개선ㆍ절주ㆍ금연 이 세 가지 건강 수칙만 명심하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3년 더 길어질 것이라고 한다.

건강 수칙을 실천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개인이 건강 수칙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도와주는 것은 사회와 정부의 몫이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음식이 만연한 사회, 음주 행태에 대해 관대한 사회, 담배 규제에 미온적인 사회에서는 건강수명이 길어질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건강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수명이 길어져야 한다.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정책을 기대한다.

문창진 (치의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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