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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 못 믿어 개성공단 철수하는 南측 기업들
결국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남측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 진출 6년 차인 비단 원사 생산업체인 국제실크유통에 이어 전자업체 1곳도 완전 철수키로 하고 이미 법인자산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이 지난 4월부터 넉 달 이상 폐쇄됐다 재가동된 이후 123개 남측 입주기업 가운데 자진 철수 기업들이 나오고만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공단이 재가동됐지만 북측 태도가 다시 돌변하는 것을 보고 공단이 또 언제 폐쇄될지 모른다는 위기를 통절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북한이 추석명절을 즈음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직전에 일방파기하고 이로써 금강산 관광 재개 역시 허무하게 무산된 것이 사업 중단의 결정적인 계기라는 얘기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개성공단을 등지겠다는 기업이 연쇄적으로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입주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는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다. 현재 개성공단에 가려면 사흘 전에 통일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다급한 상황에서 낭패를 보는 것은 다반사이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꽉 막혔으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재가동을 망설이는 업체, 가동은 하지만 매각을 검토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공장 가동률은 50%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거래가 끊기고 물량 수주가 여의치 않은 때문이다. 기업 경영의 기본인 3통이 불통인데 선뜻 나설 바이어가 있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다.

남북 간 최대 현안인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공단 국제화 협의는 한 달이 넘도록 오간데 없다. 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전자출입체계 구축과 인터넷, 휴대전화 개통 등을 논의하기로 한 ‘3통분과위원회’ 운영문제도 실종된 상황이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자마자 북한이 ‘존엄훼손’ 운운하며 제반 현안을 모조리 틀어막은 결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마침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은 북한의 태도에 달린 문제다. 남북 간 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물인 개성공단만이라도 제대로 운영되게 하려면 바닥부터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갈 테면 가라는 식이면 개성공단은 물론 북한의 앞길도 암담할 뿐이란 걸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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