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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나라가 이 꼴인데?
나라가 이 꼴인데 공부는 무슨…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 돌아가는 꼴에 대해 걱정이 많고 적잖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정치판 때문인 듯 보인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논란 중이다.


엉뚱한 비약이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발단은 SBS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와 열애 중이란 보도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연예인 등 유명인사 열애설은 언제나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들은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하루 종일 장식했고, 잠시 뒤 열애설을 부인했다. 여기까지는 열애설 보도의 정상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남자 아나운서가 열애설을 부인하면서 트위터에 올린 글은 달랐다. 그는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라며 “사귀지 않습니다.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로 글을 맺었다. ‘연애’와 ‘나라 꼴’이란 엉뚱한 조합에 누리꾼들은 금방 반응했다.

수능이 며칠 안 남았는데, “나라가 이 꼴인데 공부는 무슨”이란 학생도 있었고, 야구 한국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나라가 이 꼴인데 야구”로 비틀기도 했다. “나라가 이 꼴인데 내 꼴은”이란 자조도 나왔다. “나라가 이 꼴인데 셋째 아이를 낳았다”는 출산인사도 있었다. “후배의 연애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나라를”이란 다른 아나운서의 응원(?)이 나왔다. 온라인에서 유명한 한 인사가 “나라 꼴 때문에 연애와 결혼 안 한 건 제가 원조”라는 진지한 반박(?)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꼴(?)은 어떤가? 객관적인 자료로 살펴보자. 며칠 전 나온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2012 세계 속의 대한민국’란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의 국토면적은 109위로 세계에서 중간정도다.

땅은 작지만 경제 쪽 순위는 눈부시다. 수출(7위), 수입(9위), 교역규모(8위) 등은 최상위권이다. 휴대전화 출하량 세계 1위, 반도체 매출액 2위, 선박 수주ㆍ건조량 2위 등 톱 수준이다. 자동차 생산대수 5위, 조강 생산량 6위, 타이어 매출액 7위 등에서도 선두 그룹에 속했다. 한때 보릿고개를 걱정했지만 쌀생산량은 세계 13위 수준이다. 돼지(19위)나 닭(26위) 사육두수는 상위권으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을 걱정할 정도까지 와 있다.

우리끼리는 지지고 볶고 사는 듯하지만 지표로만 종합해 본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상위 국가이고, 상당수 지표는 선진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나라 돌아가는 꼴에 대해 걱정이 많고 적잖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정치판 때문인 듯 보인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논란 중이다. 대선 직후 무력감을 느꼈던 적잖은 사람들은 ‘대선댓글’ 논란에서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경제민주화나 국민대통합 같은 정작 중요한 이슈는 전면에서 사라지거나 왜곡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검찰에 이어 기무사령부까지 국가의 사정ㆍ정보기관이 몇 달 사이에 이슈 전면에 나서서 뉴스를 양산하는 모습도 낯설기 그지없다.

이슈가 갖고 있는 자체의 동력으로 문제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증폭되는 느낌이다.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방기해선 안 되고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가해야 한다. 물론 이 힘은 정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물줄기가 바뀌길 바라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해도, 아나운서가 나라 꼴 때문에 연애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돼선 안 되지 않겠는가.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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