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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된 관광산업
지난 28일 월요일 오전 6시 김포공항. 본사가 주최한 헤럴드ㆍKYJ 투어챔피언십 골프대회가 열리는 제주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 김포공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은 아직 옅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김포공항 대합실엔 새벽공기를 가르고 달려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제주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려는 중년의 관광객들, 가족단위 여행자들, 비즈니스맨 등 많은 사람들로 대합실이 시장바닥을 연상시킬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형형색색의 등산복과 아웃도어 의류를 걸친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외치는 소란에서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설렘과 흥분이 한가득 몰려왔다.

이날 김포공항의 모습은 한국인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과 급증하는 여행수요를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지속되면서 문화와 레저ㆍ여행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ㆍ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이 심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기서 벗어나려는 힐링과 개인의 행복추구 바람도 여행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국내 여행도 그렇지만 해외여행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내국인 출국자는 112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늘어났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업계의 추산에 의하면 10월 해외여행 수요는 20% 안팎의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의 여행수요가 꾸준히 느는 가운데 미주와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요는 30~40%나 늘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엔 비상등이 켜졌다. 일본 관광객은 한일간의 외교갈등으로, 중국 관광객은 중국 정부의 새로운 관광법(旅遊法) 실시로 각각 급감하고 있다. 여행업체에서는 최근 일본 여행객이 20~30%, 중국 여행객은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나, 모두 정치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 관광산업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기적의 나라, IT 강국, K-팝과 드라마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이 관광객의 거대한 저수지로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고, 앞으로 관광산업은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신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전통적으로 관광은 정치적 변수에 따라 기복이 심한 특징을 보이지만, 기복이 심할수록 관광산업의 토양은 취약해진다. 때문에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 관광법의 경우 이미 1년 전 저가 쇼핑관광이 한중간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을 때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면 그 파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 관광객 감소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일본 관광객 유치 홍보를 위한 자금지원에 나섰지만, 관광업계에선 시장이 이미 상당부분 무너진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관광수지 적자는 29억달러를 넘어 전년의 9억달러에 비해 3.5배나 늘어났다. 10월엔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감소해 적자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관광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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