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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단상-함영훈> 자신과의 싸움, 자연과의 싸움
경쟁자 있기에 내가 성장하지만, 경쟁자와의 연장 혈투는 피를 말린다. 지난 8월 충북 충주 동촌CC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연장전에 오른 김형태는 1.8m, 이상희는 1.6m 버디퍼팅을 남겨놓았다.

상대적으로 긴 거리인데다, 내리막 라인이어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형태는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볼을 경사에 태워 버디를 성공한다. 그러자 조금전 명품 어프로치로 홀컵에 더 가까이 붙여 승기를 예감했던 이상희가 갑자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지고, 퍼터로 떠나보낸 볼은 야속하게 종이한 장 차이로 빗나가고 말았다. 당시 김형태의 우승은 경쟁자와의 멘탈 싸움에서 이긴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골프는 라이벌과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프로야구 감독이었던 백인천은 골프를 ‘1인 스포츠’로 규정한다. 스스로 외부 요인들을 제어하고 내부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 바로 골프의 매력이고, 자신을 일본 프로야구 수위타자, 한국 프로야구 유일무이한 4할대 타자로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바 있다.

최고참급 프로골퍼 강욱순도 선수 혼자서 훈련하고 투어플랜을 실행하며, 좋은 퍼포먼스를 위해 기능 향상 노력은 물론, 절제된 생활 습관으로 자기관리를 한다는 점을 들어 백 전 감독의 지론에 동의한다.

성공적인 골프는 경쟁자와의 멘탈 싸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완성될까. 아니다. 세 번째 관문은 자연과의 싸움이다. 즉, ‘코스 환경과의 전쟁’에서 이겨야만 우승컵이 보인다. 이 마지막 관문의 중요성은 오는 29일 시작되는 KPGA 시즌 마지막 대회, ‘헤럴드-KYJ 투어 챔피언십’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게 된다.


이번 대회가 치러질 롯데스카이힐 제주는 한국 10대 골프장이다. 마라도, 산방산, 한라산, 우보악 오름과 쪽빛 바다가 빚어내는 풍광의 아름다움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코스설계의 명장 로버트 트랜트 존스가 최고 지성과 지혜를 농축시킨 곳이다.

힐 코스 1번<사진> ‘벙커 장터’를 어렵게 지나면, 3번홀부터 왼쪽이 낮은 페어웨이를 오른편 공략으로 쉼없이 헤쳐나가야 한다. 6번 그린은 한라산 착시를 주의해야하고 7번 그린은 딱 한 두 길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겨놓은 듯 하다. 티박스에서 세컨샷 지점이 보일랑 말랑하고, 그린앞에 ‘ㄱ’자 헤저드가 있는 8번<사진> ‘몬스터 홀’은 한 프로 선수가 더블양파인 ‘듀오디큐플 보기(duodecuple bogey)’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곳이다. 두 개의 페어웨이가 있는 오션 코스 6번홀 파5는 세컨샷 지점의 페어웨이가 좁고, 9번홀 홀 주변은 우측 헤저드 좌측 벙커이다.



롯데스카이힐 제주는 홀 마다 ‘내가 가려운 바로 그 곳을 긁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매우 정교한 샷을 요구하며, 그 요구를 들어주면 좋은 성과를 선물하는 곳이다. 대회 관계자는 “프로선수라면, 코스가 요구하는 일정한 구역에 충분히 공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지혜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선수들이 그간 경쟁자의 장단점을 거울삼아 부족한 기량을 채우고, 자기 관리에 매진해왔다면, 헤럴드와 롯데스카이힐이 함께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현명하게 경영할 전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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