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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강원랜드 칩과 동양 CP는 다르다?
동양의 기업어음(CP)은 사실상 칩을 연상케 한다. 칩을 잃었다고 원금보장을 요구하는 내장객은 없다. 그런데 만약 딜러가 속임수를 부렸다면, 그런 상황을 감시카메라가 오작동으로 잡아내지 못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놀라게 된다. 자발적으로(?) 자기 돈을 잃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데 우선 놀란다. 그럼에도 카지노장은 조용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목이 뻐근해 올려다본 천장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시커먼 눈(감시용 CCTV)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히 박혀 있다.

칩은 테이블의 흰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몇 배가 돼 돌아올 수도, 그냥 사라질 수도 있다. 돌아가던 룰렛이 멈출 때, 톡톡 튀던 주사위가 제 몸을 가눌 때, 카드가 순서대로 젖혀지는 순간 짧은 탄성이 쏟아진다. 자신의 칩이 단 몇 초 만에 통안으로 사라져도 누구도 항의는 없다. 고개만 떨어뜨릴 뿐이다. 내장객의 얼굴만 봐서는 오늘 처음 온 사람인지, 한두 번 재미보다 다시 왔는지, 아니면 ‘꾼’인지 알 수 없다.

동양 사태가 신문지상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수백건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달라진 건 없다. 언론의 관심만 줄었을 뿐 정작 투자자 피해 보상문제는 별 진척이 없다. 돌이켜보면 동양의 기업어음(CP)은 사실상 칩을 연상케 한다. 칩을 잃었다고 원금보장을 요구하는 내장객은 없다.

그런데 만약 딜러가 속임수를 부렸다면, 그런 상황을 감시카메라가 오작동으로 잡아내지 못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양 CP 사태도 다르지 않다. 투자의 1차적인 책임은 분명 본인에게 있다. 7%를 드린다는 문자를 받거나 창구직원의 권유를 받았을 때,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 아닌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일수놀이’도 아니고, 한 번쯤 위험성을 의심했어야 한다. 투자설명서에는 유동성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가 여럿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채권을 산 투자자 중 절반 이상(51%)이 과거에 한 번 이상 동양그룹 채권을 샀던 이들이다. 재투자를 했다는 것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금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첫 투자자라고 해서 면책이 더 되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의 횟수와 상관없이 위험성을 간과한 것은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양그룹이 자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속임수를 썼다면, 그런데도 감독당국이 제대로 감시를 못해 일을 키웠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 본인으로서는 동양그룹이 어떻게 될지, 현재현 회장의 신병처리가 어떨지는 관심 밖일 것이다. 감독당국에 대한 책임추궁도 차후의 문제다. 자신의 돈을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마침 금융감독원이 동양 CP와 회사채의 불완전판매 관련 국민검사를 위해 ‘국민검사청구 특별검사반’을 50명 안팎으로 대폭 늘려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특별검사반의 검사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여부와 배상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투자자들은 감내해야 한다. 또한 특별검사 자체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그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일천한 투자문화와 안이한 감시망이 빚어낸 비극이 아닐까 싶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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