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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혁세> 고령화시대에 퇴직자를 활용하자
장·노년층 80%이상 근로 희망
英은 학생들에 경험 교육
獨도 中企현장서 기술 전수
한국도 재능기부 방안 찾아야


‘인생은 60부터’라는 옛말이 있지만 요즘 시대상을 보면 ‘고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제1직장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인 데 반해 급속한 고령화의 진전과 노후대책 미비로 은퇴 후 품위 있는 삶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장 은퇴연령이 낮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841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6.5%에 달하고, 65세 이상도 600만명이나 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된다면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노령화 사회와 더불어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사회안전망 미비 및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인해 2011년 기준으로 노인 빈곤율이 무려 49%에 달한다는 점이다. OECD 국가 평균(17.1%)의 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이 60세 이상 노인인구로 편입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구미 선진국을 보면 탄탄한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노인들은 퇴직 후에도 각 분야에서 자신의 직장시절 전공과 경험을 살려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소위 정년퇴직자의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70~80세 되는 노인이 정기적으로 초ㆍ중등학교나 실업학교에 나가 자신들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종종 시험 감독관으로도 참여한다. 독일에서도 퇴직한 기술자들이 정기적으로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기술 지도를 해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퇴직하면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에서 대부분 손을 떼고 생소한 분야의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산이나 공원을 전전하며 소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노인이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편으로, 또는 노후준비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재취업에 나서거나 빚을 내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청년 실업문제에 가려 노인 취업문제는 정책적으로도 뒷전으로 밀린 경향이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퇴직자들이 자신의 노하우나 경험을 살려 성공할 수 있는 분야로의 취업을 유도하거나 창업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를 퇴직한 분들에게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기업 등 비영리단체의 취업을 알선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창업을 권장하는 시스템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산업계가 협력해 체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

최근 한 민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5세 이상 장ㆍ노년층의 80% 이상이 근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퇴직 후 일하고 싶은 이유 중 경제적인 이유가 30%인 반면 70%는 건강, 능력ㆍ지식활용,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퇴직자 활용 프로그램만 제대로 갖춘다면 고령화 문제를 훨씬 싼 비용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퇴직한 장ㆍ노년층이 자기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 형태로 발휘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업종별 퇴직자 실태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단체조차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차제에 정부가 업종별 퇴직자단체와 퇴직자총연합회 설립을 지원하여 퇴직자의 재취업, 창업, 재능기부 등에 관한 각종 정보제공과 훈련, 알선 등의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퇴직자 문제를 ‘보편적 복지’라는 재정 지원 형태로 접근했다가는 미래세대와의 갈등은 물론, 국가 재정에도 핵폭탄급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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